좋아하는 시(詩 능선)
잡담 길들이기 6/마종기
능선 정동윤
2011. 9. 28. 09:51
잡담 길들이기 6/마종기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의 우산아카시아 나무
밑에서 태어났다. 서너 달도 못되어 같이 난 형제
들은 다 굶어서 죽고, 두 살이 넘자 무리에서
쫓겨나 혼자가 되었다.배가 고프면 피의 사냥을
하고 밤에는 초원에 엎드려 별들을 올려 보았다.
그렇게 10년이 지났다.가족을 지키고 암컷이 사냥한
짐승들을 먹으면서 이가 빠지기 시작했다.이 빠진
사자는 싸움도 사냥도 할 수 없어,무리의 천대의
눈길을 피해 가족을 떠났다. 배가 고파서 지쳐
누운 우산아카시아 나무 그늘에도 그 밤이 왔다.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고 낑낑대며 사자를 에워싸는
하이에나들의 눈이 파랗게 빛을 내기시작했다
많은 별들이 땅에 내려와
같이 놀면서 노래 불러주었다
죽음의 순간은 허기의 축제인가
얼룩말의 눈물도 잠시 스쳐가고
멧돼지의 마지막 경련도 보였지만
많은 짐승들을 잡아먹고 살았으니
그 짐승에게 먹히는 사지의 법칙
흥건히 흐르는 자기 피에서도
같은 냄새가 나는 것이 신기했다
사자는 세렝게티 초원에서 나고
같은 초원에서 그런 밤에 죽었다
사람만은 가끔 자기가 난 곳과는 먼
딴 나라에 가서 오래 외로워하다 죽는다.
그렇게 20년 30년이 지났다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었다
사자는 세링게티 초원에서 나고 또 죽고
사람들은 자꾸 딴 곳으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