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문/김명인

능선 정동윤 2011. 9. 28. 14:10

문/김명인

 

 

철썩이는 파도를 밀고 들어가면

방 안을 차지한 수많은 눈들이 일제히

낯선 방문자를 쏘아보리라

산소통을 멘 스킨 스쿠버가 되어 나도 한때

저 집의 불청객으로

무시로 문지방을 넘나든 적이 있다

풍랑 이는 날 바다는 천 개의 창문을 열어 젖히고

만 채 이불을 내다 말리지만

오늘은 바람도 없는데 온 집이 덜컹거리도록

천만 개 거울 와장창 문 밖으로 내팽개치고 있다

수평선조차 햇살 문고리 잡고 벌벌 떠는 날

두고 온 낙지 창을 꺼내오려는지

문을 열고 그가 집 안으로 들어갔다

무엇이든 통째로 휘감아버린다는 거대한 문어가

방 안에 떡 버티고 있는가, 몇 시간째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