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늙은 산벚나무/송찬호

능선 정동윤 2011. 9. 28. 14:44

늙은 산벚나무/송찬호

 

 

앞으로 늙은 곰은 동면에서 깨어나도

동굴 밖으로

나가지 않으리라 결심했는기라

동굴에서 발톱이나 깎으며 뒹굴다가

여생을 마치기로 했는기라

 

그런데 또 몸이 근질거리는기라

등이며 어깨며 발긋발긋 해지는기라

그때 문득 등 비비며 놀던 산벚나무가 생각나는기라

 

그때 그게 우리 눈에 딱, 걸렸는기라

서로 가려운 곳 긁어주고 등 비비며 놀다

들킨 것이 부끄러운지

곰은 산벚나무 뒤로 숨고 산벚나무는 곰 뒤로 숨어

그 풍경이 산벚나무인지 곰인지 분간이 되지않아

 

우리는 한동안 산행을 멈추고 바라보았는기라

중동이 썩어 꺾인 늙은 산벚나무가

곰 발바닥처럼 뭉툭하게 남아있는 가지에

꽃을 피워

우리 앞에 내미는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