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소금/장석주

능선 정동윤 2011. 9. 28. 21:59

소금/장석주

 

 

아주 깊이 아파본 사람처럼

바닷물은 과묵하다

사랑은 증오보다 조금 더 아픈 것이다

현무암보다 오래된 물의 육체를 물고 늘어지는

저 땡볕을 보아라

바다가 말없이 품고 있던 것을

토해낸다.

 

햇빛이 키우는 것은 단 하나다

한 방울의 물마저 탈수시킨 끝에 생긴

저 단단한 물의 흰 뼈들

저 벌판에 낭자한 물의 흰 피들

저것은 하얗게 익힌 물의 석류다

 

염전에서 익어가는 흰 소금을 보며

고백한다,증오가

사랑보다 조금 더 아픈 것이었음을

나는 여기 얼마나 오래 고여

상상의 날들을 견디고 있었던 것일까

 

아주 오래 깊이 아파본 사람이

염전 옆을 천천히 지나간다

어쩌면 그는 증오보다 사랑을 키워가는

사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