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몸 성희 잘 있거라/권석창

능선 정동윤 2011. 9. 29. 00:02

몸 성희 잘 있거라/권석창

 

 

자주 가던 소주 집

영수증 달라고 하면

메모지에 "술갑" 얼마라고 적어준다

시옷 하나에 게의치 않고

소주처럼 맑게 사는 여자

술값도 싸게 받고 친절하다

원래 이름이 김성희인데

건강하게 잘 살라고

몸성희라 불렀다

그 몸성희가 어느 날

가게 문을 닫고 사라져 버렸다

남자를 따라 갔다고도 하고

천사가 되어 하늘로 갔다는

소문만 마을에 안개처럼 떠돌았다

어느 하늘 아래 살고 있는지

몸 성희 잘 있는지

소주를 마실 때면 가끔

술값을 술갑이라 적던 성희 생각 난다

성희야, 어디에 있더라도

몸 성희 잘 있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