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사랑에게/김신용
능선 정동윤
2011. 9. 29. 06:23
사랑에게/김신용
뱃속에
닭의 모래주머니는 없지만
모래를 소화시킬 위장은 없지만
돌조각도 물고기인 것처럼 삼키는 사람이 있다
뱃속이 허공으로 되어 있는 것처럼
삼킨 돌조각 물고기를 소화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돌의 물고기를 몸속에서
소중하게 기르기 위한 것처럼
위산의 바다에서도 죽지 않는
부패되지 않는
돌의 생명체가 비닐을 달고,부드러운
지느러미로 흐르는
화엄 같은,그런 세계를 만들기 위한 것처럼
돌과 모래의 식탁 앞에 앉는 사람이 있다
돌의 지느러미가 식도를 찢어도
모래의 알에서 무수한 통증이 부화되어도
출혈이,물고기가 숨 쉴 수 있는 숨결인 것처럼
고통이,그 물고기가 헤엄칠 수 있는 길인 것처럼
오늘도 돌과 모래의 식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
머리에 닭의 붉은 볏도 없으면서
뽀족한 부리의 입,퇴화된 날개도 없으면서
마치 모래주머니 같은 위를 가진 것처럼
끝내,제 몸을 녹일 쇄석기 같은
위산의 바다를 출렁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