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오살댁 일기/유종화

능선 정동윤 2011. 9. 29. 21:49

오살댁 일기/유종화

 

 

오산리에서 시집와

오살댁이라 불리는

민수네 엄니가 오늘 입 다물었다

서울서 은행 다니는

아들 자랑에 해 가는 줄 모르고

콩밭 매며 한 이야기 피사리할 때 또 하고

어쩌다 일 없는 날에도

또 그 자랑하고 싶어 옆집 뒷집 기웃거리던

오살댁 오늘은 웃지 않는다

아들네 집에 살러 간다고

벙그러진 입만 동동 떠가더니

한 달만에 밤차 타고 살며시 내려와

정지에 솥단지 다시 걸고 거미줄 걷어내고

마당에 눈치없이 자란 잡초들 뽑아내는데

오늘따라 해는 오사게 길고

오살댁 오늘은 입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