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유언-아내에게/서정홍

능선 정동윤 2011. 9. 30. 15:29

유언-아내에게/서정홍

 

 

내가 당신보다 먼저

젊은 나이에 죽게 되드라도

나를 위해 울지 마오

어린 자식놈들과 힘겹게 살아야 할

당신을 위해 눈물을 아껴두오

 

남기고 갈 것이라고는

손때 묻은 장롱과 반쯤 찌그러진 책상

지나온 내 삶이 묻어있는 낡은 책들

외롭고 힘겨운 삶 속에서도

나를 늘 기뿜으로 살게 했던

모서리 닳은 성서 한 권

그 뿐이요,아무것도 없소

 

뒷날 자식놈들 자라서

못난 이 아비의 삶을 묻거들랑

내가 뿌린 말의 부피만큼

내가 남긴 글의 무게만큼

정직하게 살기 위해 애썼다고 말해주오

 

내가 나를 사랑하듯

당신이 나를 사랑하듯

진정 당신을 사랑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