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무령왕의 다리미/문효치

능선 정동윤 2011. 9. 30. 16:01

무령왕의 다리미/문효치

 

 

다리미질을 한다

 

백제의 옛지도

국경선에 걸려있는

구불구불한 산맥도 넓혀 펴고 싶지만

 

님의 옷자락

심장이 두군거리는

더운 앞가슴

 

또는

어깨에서 미끄러지는

다정한 살빛 그리워라

 

이불을 걷어버린 먼 산은

허연 알몸을 들판 위에 굴리고

달빛을 찾아와

바위 속도 밝히는데

 

바람소리 벌레소리 섞어 부는 이 밤은

머리를 죄는 무거운 왕관도 벗어놓고

일 많고 말 많은 신하들도 물리치고

 

붉게 붉게

숯불을 태워

님의 옷자락 오르내리며

다리미질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