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몸을 바꾼 나무/박남준
능선 정동윤
2011. 9. 30. 16:29
몸을 바꾼 나무/박남준
그 나무가 죽었다
이제 그는 송홧가루 노란 꽃 편지 강물에
띄우지 못한다
그리하여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가지가 뚝뚝 배경처럼 꺾여도
낭자하게 흐르던 아픔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고통이 없는 상처라니
그러므로 저 땅속 깊은 곳으로부터
푸른 물을 더 이상 길어 올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두레박의 끈을 당길 수 없는 나무
죽은 나무 줄기를 타고 칡덩굴이 감고 오른다
그가 수직의 삶으로 밀어 올리던 물줄기처럼
한땀 한땀 바늘처럼 말린 잎을 활짝 펼치며
머지않아 소나무는 다시 살아나리라
한때 늙은 소나무였던 침엽의 몸이
넓은 잎의 덩굴성 목본식물인 칡나무의 몸을 빌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