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배추의 마음/나희덕
능선 정동윤
2011. 10. 1. 06:52
배추의 마음/나희덕
배추에게도 마음이 있나보다
씨앗 뿌리고 농약없이 키우려니
하도 자리지 않아
가을이 되어도 헛일일 것 같더니
여름내 밭둑 지나며 잊지 않았던 말
-나는 너희로 하여 기쁠 것 같아
-잘 자라 기쁠 것 같아
늦가을 배추포기 묶어주며 보니
그래도 튼실하게 자라 속이 꽤 찼다
-혹시 배추벌레 한 마리
이 속에 갇혀 나오지 못하면 어떡하지?
꼭 동여 매지도 못하는 사람 마음이나
배추벌레 반 넘어 먹히고도
속은 점점 순결한 잎으로 차오르는
배추의 마음이 뭐가 다를까
배추 풀물이 사람 소매에도 들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