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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김선우
능선 정동윤
2011. 10. 1. 07:15
능소화/김선우
꽃 피우기 좋은 계절 앙다물어 보내놓고
당신이나 나나 참 이리 더디 늙는지 독하기로는
ㄷ당신이 나보다 더 한셈 꽃 시절 지날 동안
당신은 깊이 깊이 대궁 속으로만 파고들어 나팔관
지나고 자궁을 거슬어 당신이 태어나지 않을
운명을 찾아 아직 태어나지 않은 어머니를 죽이러
우주 어딘가 시간을 삼킨 구멍을 찾아가다 그러다
염천을 딱! 만난 것이네 이글거리는 밀납 같은,
끓는 용암 같은,염천은 능멸하며 붉은 웃음
퍼올려 몸 풀고 꽃술 달고 쟁쟁한 열기를 빨아들
이기 시작한 능소야 능소야, 모루에 올려진 시뻘건
쇳덩어리 째챙째챙 두드려 소리를 깨우고 갓
깨워 놓은 소리가 하늘을 태울라 째챙째챙 담 크고
두드려 울음을 잡는 장미처럼이야 쇠의 호흡 따라
뭉친 소리 풀어 주고 성근 소리 묶어 주며 깨워놓은
소리 다듬어 내는 장미처럼이야 아니되어도 능소야
능소야,염천을 능멸하는 제 몸의 소리 스스로
깨뜨려 고수레 던져 올리는 사잣밥처럼
뭉텅뭉텅 햇살 베어 선연한 주홍빛 속내로만
오는 대궁 속 나팔관을 지나고 자궁을
가로질러 우주 어딘가 시간을 삼킨 구멍을
찾아가는 당신 타는 울음 들어낼 귀가 딱
한순간은 어두운 내게로 오는 법,덩굴
마디마다 못을 치며 당신의 염천 아래 자꾸만
아기 울음 소리로 번져갈 때 나는 듣고 있었던
거라 향기마저 봉인하여 끌어 안고 꽃받침째
툭,툭 떨어져 내리는 붉디 붉은 징소리
듣고 있었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