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부재/김춘수

능선 정동윤 2011. 10. 2. 09:49

부재/김춘수

 

 

어쩌다 바람이라도 와 흔들면

울타리는

슬픈 소리로 울었다

 

맨드라미,나팔꽃,봉숭아 같은 것

철마다 피곤

소리없이 져 버렸다

 

차운 한겨울에도

외롭게 햇살은

청석 섬돌 위에서

낮잠을 졸다 갔다

 

할 일 없이 세월은 흘러만 가고

꿈결같이 사람들은

살다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