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기항지/황동규

능선 정동윤 2011. 10. 2. 09:56

기항지/황동규

 

 

걸어서 항구에 도착했다

길게 부는 한지의 바람

바다 앞의 집들을 흔들고

긴 눈 내릴 듯

낮데 낮게 비치는 불빛

지전에 그려진 반듯한 그림을

주머니에 구겨 넣고

반쯤 탄 담배를 그림자처럼 꺼 버리고

조용한 마음으로

배 있는 데로 내려간다

정박 중의 어두운 용골들이

모두 고개를 들고

항구의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두운 하늘에는 수삼개의 눈송이

하늘의 새들이 따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