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그 길을 걷고 싶다/정동윤
능선 정동윤
2011. 10. 3. 23:51
그 길을 걷고 싶다/정동윤
오늘 걸어온 길 돌아보고
젖은 신발 말리며 이젠 나도 저물고 싶다
못다 한 일 남은 저녁 해 뒤로
조용히 스며드는 어둠 지친 몸 누이고 싶다.
하루의 노동을 마친 농부의 허기로
저녁밥 깨끗하게 비우고 잠들고 싶다
길 위에서 어두운 숲에 던지려는 자세로
미운 일곱 살 길들이려는 고약한 엄마보다
길 가운데 놓인 점자 블록이 고마워 두 손 잡고 걷는
눈먼 노부부의 긍정적 마음 배우고 싶다
소주병 앞에 두고 지하도에 마주 앉은
남루한 도시의 비둘기가
한 평 종이 방에 웅크리며 깃들 때
콩나물껍질 같은 하얀 낮달이
노랗게 빛을 발하는 밤하늘
나도 옷 입은 채 잠들고 싶다.
길을 사랑하고 사랑하여
지구 반대편으로 걸어가는 빛나는 여정
누구와 함께하면 즐거울까
꿈속에서도 그 길을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