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당선작

즐거운 장례식/강지희 2009/문화일보

능선 정동윤 2011. 10. 5. 09:00

즐거운 장례식/강지희

 

 

 

생전에 준비해둔 묫자리 속으로

편안히 눕은 작은 아버지

길게 사각으로 파 놓은 땅이

관의 네 모서리를 앉혀줄 때

긴 잠이 잠시 덜컹거린다

관을 들어 올려

새소릴 보료처럼 깔고서야

비로소 제자리를 찾는 죽음

새벽 이슬이 말갛게 씻어 놓은 흙들

그 사이로 들어가고 수의 위에

한 겹 더 나무그늘 옷을 걸치고

그 위에 햇살이불 끌어당겨 눕는 당신

이제 막 세상의 유쾌한 명찰을 달고

암 같은 건 하나도 안 무섭다며

둘러 선 사람들 어깨를 토닥거린다

향 같은 생전이 다시 주검을 덮을 때

조카들의 두런대는 추억 사이로

국화꽃 향기 환하게 건너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