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당선작

쇠유리새 구름을 요리하다/심명수 2010/부산일보

능선 정동윤 2011. 10. 6. 10:22

쇠유리새 구름을 요리하다/심명수

 

 

  잘못 꾼 꿈이 지워진 거예요 마음이 시끄럽네요 쮸릿, 쮸릿, 칫,

칫 물이 끓고 있나요?

  머리 속을 지우개로 박박 지웠드니 보글보글 구름이 생겼어요.

요리에 앞서 별표 3 개라는 걸 잊지 마세요 너무 많이 문지르면 검게

비구름이 된다는 걸 알아야 해요 그럼 한 쪽으로 쓸어버려야 하죠

려나간 구름은 어디선가는 필요로 하거든요 아픈 배 문지르던 엄마의

손길로 잘못 디딘 첫발을 지워봐요 뒷걸음 치며 구름이 송글송글

피어날 톄니까요

 

  일단은 지나가는 뜬구름 낚아 채 통째로 집어넣어야 해요 낚아

챌 때는 빠른 감각, 두꺼비 혀의 본능이 중요해요 토끼 기린 강아지

오빠 엄마 물고기 할머니 얼굴로 수시로 변하거든요 강아지가 싫으

면 절대로 피해야 하니까요 오빠와 엄마를 요리하고 싶으면 적절할

때 낚아서 납득시킬 만한 꺼리가 필요해요 잘못하면 당신이 설득당

할 테니까요 할머니에겐 안개구름 한 소반 선물해 봐요 그럼 그 속

에 감춰진 추억을 하나하나 따내며 끄덕끄덕 하시겠죠 그리고는 겹

겹이 포개진 뭉게구름 동강동강 썰어야 해요 구름의 남쪽,비늘 구름

잡아 당겨 살점만 떠 넣고요 다시 제 위치에 걸어 놓아야 해요 요리는

늘어놓고 하면 곤란해요 제 살점을 잃은 구름은 몇 초 지나지 않아

다른 형상으로 변해 떠나가 버려요

  하악, 그새 악어가 입 딱 벌리고 급하강하는 줄 알었어요! 간이 철

렁했죠 긴 꼬리를 끌며 지나간 뒤에 간을 보니 싱거워요 소금을 좀

더 넣어야겠네요

 

  요리를 하다 보면 알게 되죠 구름을 절대 새총으로 쏘아 잡으면

안 돼요 조리법에 어긋나는 일이죠 빗맞기라도 하면 냄비에 구멍이

나요 조루처럼 빵빵 뚫린 구멍으로 빗줄기가 쏟아질 테니까요 조리

법에 의하면 그 총탄 자국은 밤에만 보인다지요 그것은 인간들이 쏘아

댄 빗나간 꿈이에요, 별들의 실체라고도 해요

  요리가 다 됐나요? 새털구름이 하늘 가득 웃자라 피었어요 여러

빛깔로 아롱진 꽃구름이 피었어요 배추흰나비가 노루귀 꽃잎에 앉

았어요 지나가던 바람 배추흰나비 날개짓에 머무네요

  요리는 다 되었나요, 꽃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