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시대의 우울/최영미

능선 정동윤 2011. 10. 7. 10:14

시대의 우울/최영미

 

 

그처럼 당연한 일을 하는데

그렇게 많은 말들이 필요할까

 

박정희가 유신을 거대하게 포장했듯이

우리도 우리의 논리를 과대포장했다

그리고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관념으로 도배된 자기도취와 감상적 애국이

연구실에서 광장으로, 감옥에서 시장으로 나온 흑백논리가

종이에 인쇄되어 팔리는

 

이것이 진보라면 밑씻게로나 쓰겠다

아니, 더러워서! 밑씻게로도 쓰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