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등526
가을산을 오른다.함께 할 토요 북아등 친구들은 바쁘단다
바쁜 중에도 나는 산에 오를 수 있어서 좋다
오늘도 혼자 오르는 산행을 즐겨 봐야지
혼자 등산을 할 때는 주제를 정하가나 화두를 잡으면 좋다
오늘은 소나무를 주제로 잡아 볼까.
북한산은 소나무산이다. 소나무를 살펴보며 여유있게 걸어보자.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
송충이가 솔잎을 먹지않고 다른 나뭇잎을 먹으면 항문이 막혀 죽는단다
진자리 마른자리 가려 앉아라는 어른들의 말씀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소나무는 금강소나무,금강송이라 부르며
울진,봉화지역이 유명하다.춘양역에서 수송된다고 춘양목이라고도 하고
금강석처럼 단단한 소나무, 오늘 아들 장가들이는 성식이도 그쪽이 고향이다.
서울 근교의 산들은 날 흐리고 기상이 나쁜 날을 좋아할 거다
산도 쉬고 싶을 것이다.특히 북한산은 쉬어야 한다
줄로 막고 거적을 덮고 푹 쉬어야 한다
봄꽃이 피고, 가을 단풍이 들면
여름 녹음이 울창하고 계곡에 물이 넘칠 때,
겨울 날씨가 봄 날씨처럼 따뜻할 때 산은 몸살을 앓는다
300년 정도의 수명인 소나무는 60년 자라면
가장 건강한 씨앗을 갖는다고 한다.
사람의 수명이 100살이라면 스무살 정도의 나이가 되겠지.
소나무는 가지가 꺾이면 끈적한 송진이 배어나온다
아픈 부위에 세균이 침입하지 말라고
맑은 송진 방울 땀처럼 흘리며 아픔을 달랜다.
그 솔잎에는 독이 없다.어떤 사람은 여린 솔잎을 씹으며 걷기도 한다
송편을 찔 때도 솔잎을 넣고,초가지붕에 노래기가 생기면
지붕에 솔가지를 던져두면 없어진다고 한다.
그 소나무 아래엔 진달래가 잘 자란다
모두 척박한 환경을 잘 견디는 품성이 착한 나무다
둘다 독이 없어서 사람들이 먹는데 이용한다.
비가 오면 바위는 물길을 만든다
그 물길을 따라 소나무는 싹을 틔우고 목을 축이지만
벌컥벌컥 마시지는 않을 것 같다.
오후에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듣고 우산을 챙겼다.
서늘해진 날씨라 어제 저녁에 생선초밥을 챙겼다.
따끈한 커피와 과일 그리고 간식거리로 장거리 산행을 준비했는데.
보통 소나무는 이엽송이고
백송이나 리기다 소나무는 삼엽송이고
껍질이 갈라지지 않는 잣나무는 오엽송이다.
조선시대 문필가인 추사 김정희는 중국에서 돌아올 때
많은 서책과 백송의 솔방울 몇개 몰래 가져왔다.
고향 예산에 심어서 정성껏 가꾸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백송을 보급하였다.
백송은 종로에 있는 헌법재판소 뒤뜰 두 그루의 하얀 수피가 멋이 있고
남산 분수대 인근 모과나무 껍질을 닮은 백송도 괜찮다.
키우기가 까다로와서 가격도 비싸다.
아기가 태어나면 대문에 금줄을 치고 솔가지와 고추 또는 숯을 걸어둔다.
잡귀를 막아내고 아이를 안잔하게 지키기 위해
오랫동안 지켜온 풍습이다
소나무가 잘 자라면 지게를 만들기도하고 집을 짓는 재목으로도 쓰고
죽어서는 관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소나무 문화요, 서양은 자작나무 문화라 한다.
영화 닥터 지바고에는 눈덮힌 설원의 자작나무 숲을
마차를 타고 달리는 장면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었다.
쟈이리톨 껌을 만든는 자작나무의 전설 한토막.
징기스칸 부대가 유럽을 휩쓸 때 어느 왕국에 왕의 책봉에 실패한 왕자가 있었다.
억울한 심정으로 징기스칸 군대의 무서움을 설파하며 자기 나라 군대에 사기를 떨어뜨렸다.
그후 나라가 망하고 그 책임으로 하얀 천을 감고 자살하였다.
자작나무의 하얀 껍질이 벗겨지는 이유가 그렇단다.
자작나무는 기름기가 많아 아궁에 태우면 '자작자작'소리가 난단다
물에 잦은 나무도 잘 탄다고 한다.
고압선 아래의 소나무 병이 들었나 보다
자신의 가지를 꺾어 지주목을 삼고
흔들리는 몸통을 지탱하고 있는 모습이 짠하다.
지난주엔 불광동에서 대성문을 거쳐
형제봉 능선 지나 북악과 인왕을 거쳐왔다.
오늘도 장거리를 생각했으나 비 소식과 오후의 예식으로 구기계곡으로 내려왔다.
소나무는 저리 아픈 나무가 있어도 높은 기상과 곧은 절개를 상징한다.
그래서 우리는 소나무를 숭상하고 아끼고 보살핀다
요즘은 아파트의 조경수로 인기가 있으며 심지어 가로수로도 쓴다.공해에는 약한데...
한 그루에 수억 씩 하는 소나무를 심어 아파트의 가격을 높히지만
소나무는 이식이 어렵고 잘 자라지 않아
년중무휴 잘 보살피지 않으면 비싼 댓가를 치루게 된다.
그럼애도 불구하고 야산에 잘 자란 소나무는 도둑들의 표적이 된다
자고 나면 순식간에 없어지거나 무지한 관청의 허가를 받아
집단으로 뽑혀지고는 비닐하우스로 방치되기도 한다.
리기다 소나무는 북한에서는 세잎소나무라 한단다.사방공사 때 척박지에 많이 심어졌고
줄기에 솔잎이 많이 생겨겨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친구 종만이는 서양사람들의 가슴털이라 말하기도 하였다.
소나무는 옮겨 심을 때 1년 정도는 비슷한 환경에서 가식을 한다
뿌리돌림으로 뿌리를 튼튼히 하고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연습을 하는 것이다.
식물의 천이는 척박지에서 소나무등이 자라고
그 다음엔 신갈나무나 떡갈나무등 참나무류가 들어 오고
마지막으로 서어나무나 단풍나무등이 들어 온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소나무들은 괴롭다
추운날씨나 건조한 날씨에 잘 견디는 성질이
날씨가 자꾸 더워지고 아열대 지방의 긴 우기처럼 비가 많이 내리니
남쪽 지방에서도 살기 어렵다
사과나무도 남부지방에서 중부지방으로 올라왔고
소나무는 중부에서 북부로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소나무를 좋아하는 우리들은 보내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나라 산림은 참나무류가 대세다.그냥 두면 소나무는 모두 밀려날 것이다
소나무를 좋아하는 비용을 단단히 치르면서 소나무를 가까이 하려고 한다
소나무의 인공 조성지가 점점 늘어나지만 경제성은 떨어진다
소나무에 열중하다보니 평소보다 산행 속도가 늦어진다
배낭 속의 생선초밥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전망 좋은 자리를 찾아본다.
북한산의 소나무, 화강암 바위 사이의 억센 소나무
우람하고 메마른 바위 틈에서도
비틀고 오그라들고 꼬이면서도 자리만 잡으면 가지를 활짝 펴는 소나무다.
소나무는 황량한 바위 틈에서도 잘 자란다
비가 내려도 물을 흡수하지 않는 바위, 그 틈과 틈 사이로
물을 흘려보내고 새싹을 틔우는 솔방울이 숨어 있다.
뿌리가 반쯤 드러나도 솔잎을 잘 피운다
처음 바위 틈에서 견뎌낸 인고의 노력이
그 뜨거운 애착이 뿌리가 드러나는 아픔도 참아낸다
좀 야하다.
그 강한 생의 몸부림을 겪은 소나무는
뿌리가 반쯤 드러났다고 절대로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솔방울을 더 많이 피워내며 생존본능을 자극한다.
어려운 환경의 소나무일수록 수형이 아름답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올곧은 나무보다 뒤틀린 수형의 나무가 오래 남는다.
소나무는 최소한의 광합성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솔잎을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떨구어 버린다
바위 틈의 물기가 증발하지 않도록 돌을 덮고 나뭇잎으로 ,흙으로 덮고 견딘다
뿌리는 바위 속으로 내려가 바위를 감싼다
바위도 자신을 감싸고 있는 뿌리를 위해 물을 담아주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뜨러운 포옹이 진행된다.
전망좋은 이곳에 앉아 이른 점심을 했다.
숨 막히게 맛있는 식사를 하며 하늘을 보니 점점 어두워 온다
언젠가 터지고 말 먹구름이 밀려오고 있다
북한산 소나무 아래에서 다른 산의 소나무 이야기를 하면 섭섭하겠지만
애국가에 나오는 소나무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남산의 소나무는 관리인의 손길로 자란다
애국가의 상징이라 귀족의 대접을 한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중까지 생존할 소나무는 남산의 소나무가 아닐까
리기다 소나무의 약점을 보완하여 리기테다 소나무가 생겼다.
생장 속도도 빠르고 추위에도 강한 소나무로,
현사시나무를 개량한 현신규 박사의 작품인데 나는 구분을 못한다
솔잎은 2년마다 낙엽이 된다.주목나무는 8년을 넘겨야 낙엽이 된다.
솔방울을 맺을 때도 45도 각도 이상으로 벌려 서로 부대끼지 않고
적합한 온도를 만들려고 애를 쓴다.
쟁반같이 생견다고 반송이라는 소나무의 옛 이야기 하나,
조선 중기의 명신인 심연원의 아들이 재상이 되었다.초헌을 타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못타게 했는데
아버지 몰래 초헌을 탄 일이 발각되어 아바지기 노하여 초헌을 뜰에 심어 논 반송에 묶어 버렸다.
이 반송을 초헌송이라 하는데
초헌은 종2품 이상 벼슬아치가 타는 날렵한 가마이다.
소나무는 아니지만 소나무 같은 금송이 있다.
금송은 잎이 하나로 피고 잎 가운데 하얀 줄이 보인다
두 개의 잎이 합쳐 하나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금송은 일본이 원산지로 일본을 대표하는 수목 중에 하나다
그 금송이 아산 현충사 뜰에 심어져 있고 도산 서원 마당에도 심어놓아
돌아 가신 이순신 장군과 조상을 욕되게 한다고 원성이 높다.개념없는 공무원들...
나무를 나무로만 보자는 사람도 있지만
나무도 문화를 상징할 수 있다면 때와 장소를 가리고
역사의 의미를 새겨둠이 좋다고 생각한다.
다음 주에는 속리산 등산을 한다
법주사 가는 길에 정이품송이 있는데 천연기념물 103호라 들었다.
세조가 행차할 때 가마에 걸리자 나뭇가지를 위로 들어 올려 왕의 행차를 방해하지 않았다고 정2품에 제수되었다.
그 정이품송의 아들 나무가 남산의 팔도소나무 집결지에 심어져 있다.
정이품송이 600 살이 넘었으니 보통 소나무보다 2배나 오래 산 셈이다.
소나무 가지가 아래로 향하는 것을 현애라고 하는데 위 소나무가 현애처럼 보인다.
보통 소나무를 적송이라 하고 바닷가에서 자라는 해송을 흑송 또는 곰솔이라고도 한다
적송,흑송을 일본인에 의해서 불려진 이름이라고 한동안 흥분했는데 우리 역사서에도
적송,해송으로 부른 기록이 있다고 들었다. 확인하지는 못했다.
두개의 나무중에서 나뭇가지가 합쳐지면 연리지
줄기가 합쳐지면 연리목이라 부르며 나무의 지독한 사랑을 표현한다
그런데 뿌리가 하나가 된 나무를 보았으니 연리근이라고 해야할까
땅 밑에서 진한 사랑을 하다가 졸지에 들킨 사랑
이건 불륜일까 소심한 사랑일까 부끄럽지만 당당하다
뿌리들의 사랑도 사랑이다, 비웃지 마라
나는 연리근을 노년의 아름다운 사랑으로 보고 싶다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아 땅 속에서 만나는 사랑
물밑 대화가 아닌 땅속 대화에 익숙한 외면 받는 사랑.감춰주고 싶은 사랑.
몇방울의 비가 떨어진다.배낭의 커버를 씌우고 우산을 꺼냈다
청수동암문 오르는 길에서는 빗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다
여기만 오르면 하산의 즐거움이 기다린다.
대남문 위에는 비를 피하는 사람들이 가득하였다
미처 우의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이다.지하도 입구처럼 붐볐다
아래로 내려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조용히 산행을 음미해 본다.
하산은 천천히, 누가 따라오면 비켜주고
빗소리를 들으며 계곡의 물 고이는 소리 들으며
갑자기 누리장나무가 생각난다
소나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자.빗방울이 많이 떨어진다
가을인데 단풍이야기를 접어두고 소나무 얘기만 했으니
끝으로 단풍도 한 장 찍어야겠다.
가을 더위로 모기의 극성에 밤을 설치곤 했는데
비에 젖은 누리장나무 이파리 한 묶음 따서 가위로 잘라 두었더니
모기들이 행방불명이 되었다.
내년은 좀 더 일찍 누리장나무 잎을 따야겠다.
북아등 526회 잘 다녀 왔습니다
-정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