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 정동윤 2011. 10. 19. 16:31

결혼 30주년/정동윤

 

 

스물넷의 신부, 당신

어느새 쉰 넷이 되었네요.

장모님과 한 집에 산 날보다

나와 함께 보낸 날이 훨씬 많았네요.

 

조금은 구차하고 아쉬운 시절

아리고 힘든 날도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돌아보면 아늑한 연민들,

그 잔잔한 파문들이 그립기도 하네요.

 

다행이도 천만 다행이도

당신이나 나나 건강하다고 믿고

흔들리지 않는 신앙 같은 신뢰가 있어

기분이 좋은, 참 기분 좋은 일이지요.

 

숲속의 풀잎 향기 맡으며

밤하늘의 하얀 달 바라보며 걷다가

도시의 야경 내려다보며

함께 걷는 길은 황금보다 귀한 시간이지요.

 

떨어져 사는 아이 생각하다

지나온 세월보다 나은 남은 세월 기대하며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산책하는 마음으로 먼 길 함께 걸어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