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 정동윤 2011. 10. 24. 15:26

 

23명, 20명 더하기 3명,

일산에서 분당에서

안양에서 수원에서

버스를 탄 19명의 친구들

한 명의 후배

아내를 대동한 친구도 3명

주말 아침에 산으로 향하는 버스

삐뚜름한 날씨가 수상하더니

빗방울을 대각선으로 긋는 차창 밖이 걱정이다

버스에 비치된 TV에서도 비의 노래들이 자꾸 흘러나온다

 

비를 맞이하는 제각각의 방법으로 등산을 한다

빗속으로

번들거리는 화강암 계단을 딛고

물기 잔뜩 흡수한 무거운 나뭇잎들 바라보니

우리들 분위기도 늘어지고 미끄덩거린다

칙칙하고 습기찬 무더움 견디며

오르다가 쉬었다가

또 줄지어 오르길 한 시간 반 정도

 

드디어 문장대에 도착

구름의 한 복판에 모인 친구들,

산 아래는 회색구름으로 가득 채워져 있고

하늘까지도 무채색

다행이 점점 잦아드는 빗줄기,

동렬이가 정만이에게 졌다.

\만원 내기\

비가 그친 것이다.

 

점심 잘 먹고

...  ...   ...

 

비교적 짧게 오른 뒤의 길고 긴 하산 길

씻은듯이 변해가는 산등성이

하늘에서도 회색 구름이 걷혀지고

눅눅한 습기도 빠르게 증발하고

단풍나무는 더욱 붉어지고

생강나무는 더 샛노랗게 변하고

떡갈나무는 짙은 갈색을 뿜어낸다

소나무 전나무도 초록빛을 맘껏 발산하고

 

큰 도화지 한 장의 빈틈없는 채색처럼

속세를 떠난 산엔

색색의 유화 물감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 산에서 나가기 싫다

이 산에서 한 열흘 푹 쉬고 싶다

이 계곡 저 능선 다니며 숲향기 듬뿍 마시고 싶다

 

아쉽고 아쉬운 하산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런 하산 길

화려한 풍경 상쾌한 공기 넉넉한 마음

웃고 또 웃고 눈물 흘리며 더 웃고

아침 버스에서의 걱정을 날아갔고

가을비에 젖은 배낭도 말라가고

파란 하늘 흰 구름 붉고 노란 단풍,

비명에 가까운 감탄사!!!

 

기분 좋은 산행

속리산 절경 한 아름 챙기고

인빈이의 물흐르는 듯한 사회로

버스 속의 뒷풀이도 즐겁고

나는 먹걸리 홍주 소주를 뱃속에 잔뜩 담아왔다

 

선영이의 마무리 문자는 다음날 아침 늦게 확인하고

이 글로 답신을 대신한다.

 

속리산 잘 다녀왔습니다

 

-정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