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길(山 능선)

덕산회 92/ 관악산(2011.11.20)

능선 정동윤 2011. 11. 20. 19:01

관악산에 가면 관악산이 살갑고

속리산에 가면 속라산이 반갑다

산은 우리를 가리지 않고

우리 또한 산을 가리지 않는다

 

오늘은

관악산으로 중심으로 산행하는 이토사일,

그 모임의 회장 병구가 앞장 서고

그 회원들의 그림자 같은 도우미로

사당역 6번 출구에서 산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제 우리에겐 산을 오르내리는 일은 일상이다

계절따라 변하는 자연의 모습처럼

우리도 때맞춰 옷을 갈아 입고 금방 적응한다

지금 우리들의 모습도

저 산의 나무들처럼 당당하고 의젓했으면 좋겠다

 

서울 근교산에서 내려다보는 시내의 풍경은

아무리 보아도 식상하지 않고 아련하기만 하다

익숙한 한강의 푸른 물줄기가 그렇고

남산의 N타워도

골고루 펼쳐진 아파트 군락도

군데군데 솟아오른 작은 봉우리들도

멀리 울타리처럼 감싸고 있는 산맥들이

관악이나 도봉이나 북한산에서

보고 또 보고 계절마다 바꿔가며 또 바라보아도

언제나 그윽하고 친근함은 변함이 없다

 

쌀쌀한 바람도 부담스럽지 않는 초겨울 날씨

화강암 산길을 휘돌아 관악사지에서 점심을 먹고

과천역 방향으로 계곡을 따라 줄줄줄 흘러 내려왔다

선배들과 함께 온 근모도 만났고

이 산에서 하룻밤 야영을 한 광수,동렬,태식이와 만나

뒷풀이를 함께 하였다

 

동네 아파트에 조경목으로 심어놓은 메타세콰이어 단풍과

햇살이 부족한 음지를 더 좋아하는 결고운 단풍나무와

오리발 닮은 잎새, 중국단풍나무가 줄지어 심어진 길에도

가을의 서정은 짙어가고 한껏 깊어졌다

 

뒷풀이집에서

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감정의 정화,

동렬이의 입담으로

좌중은 농담과 웃음들이 둥둥 떠다녔다

이토사일 회장 병구의 제의로

동렬이를 덕보1호(무형 문화제; 덕수 보물 1호)로

만장일치 박수로 추대하였다.

심하게 상한 말을 쏟아내어도 전혀 밉지 않으며

오히려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넉살이 일품이다.

 

드디어 전체 모임의 종료가 선언되자

더러는 당구 치러 몰려가고

더러는 못다한 술을 찾아가고

나는 당뇨와 고혈압을 간판처럼 내세우며

과천역 지하로 내려왔다

 

.......(중략)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하략)

지난해 가을, 치복이 규진이 성호와 함께 

북한산 정릉으로 내려와 술잔 비우며 외웠던

구르몽의 '낙엽'이 또 생각나는 계절에

덕산회 산행 잘 다녀왔습니다.

 

-정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