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길(山 능선)

토요 북아등 533

능선 정동윤 2011. 12. 4. 12:55

(1)

잠시의 방심으로

출발이 다소 엉켰다

10분전에 도착하여 정각까지 기다리다

혼자 보다 불이토와 함께 하기로 하고

지하도로 내려가서 볼일도 보고 추위를 피하는 사이,

정각에 찾아와서 10분을 서성거리다

한주는 혼자 출발하였다

15분쯤 도착한 근엽이는 아슬아슬 앞차를 놓치는 바람에 늦었단다.

불이토와 함께 하기로 하였고 천수도 등장하니

종수를 비롯하여 모두 9명이 모였다

불광사 암자 옆의 철조망을 통과하여 수리봉을 향하였다.

 

봄이면 진달래가 일찍 피는 능선

남근 바위가 숨어있는 바위 덩어리

초반부터 숨이 가뿐 오르막 길

언덕 위엔 산불감시초소가 있었던 곳

흐린 날의 그 산길 오르다 겉옷을 벗고

또 한참을 오르면 땀방울 맺히는

빗물에 씻긴 하얀 바위길만 이어진다

 

맺힌 땀방울 훔치며 수리봉 뒤쪽의 능선에 올라서니

한주는 향로봉 아래에 있다는 연락이 왔다

멀리 움직이는 목표를 향하여 잰 걸음 더 서두른다

향로봉에 도착하니 목표는 다시 책갈피 바위에

도착했단다

선발대 임무를 받고 향로봉 주위를 휘리릭 돌아서

그 바위에 도착하니 한주가 있었고

뒤이어 본진이 도착하였다

 

서로 출발을 달랐지만

같이 산길을 걷고

마무리도 함께 하였다

 

비봉

사모바위

응봉능선

진관사

버스로 연신내에 도착하여 먹자골목에서 마무리 하였다

 

 (2)

산은 북한산

출발은 불광동

길은 바윗길

동행은 친구들

오백 번을 넘긴 북한산 아침 등산

10년을 한결같이 찾아온 친구들

늘 설레며 지루하지 않았다

 

올해 12 25

불광동 2번 출구를 기억하는 친구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한 번 뭉쳐보자

모여서 산에 오르고

내려와서 한잔 하고

마신 뒤에 잊어보자, 모두

 

어느 따스한 산자락에 자리 잡고

피리를 가져와 불러도 좋고

시 한 수 읊어도 좋고

노래 한 곡 불러도 좋고

술 한잔 마셔도 좋으리라

순서 없이 즐기고 기분 좋게 취하여

송년 산행 마무리 하자

산은 북한산

마무리는 북아등

2011년은 보내고 2012년은 맞이하자

 

그곳에 이르러 강물과 바다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합쳐지듯

우리들 출발은 서로 달랐지만

산길 더불어 걷고

마침내 뒤풀이도 함께하는 삶, 뭉쳐보자

 

** 언제부턴가 북아등 후기를 서사시 형식으로 적어보고 있다

북아등이 한편의 서사시가 되고 친구들이 주인공이 되는

한 시절이 삶을 나즉하게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이다

북아등도

초기와 성장기와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를 반복하는 동안

등장인물이 바뀌기도 하고 환경이 변하기도 하였다

이제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한 편의 서사시를 북아등을 중심으로

기록해 보고자 한다

적는 일은 아마추어지만 삶은 진정 프로인 친구들,

한 시대를 풍미한 그들이 모습이 북아등 곳곳에 묻어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