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 정동윤 2011. 12. 16. 09:35

겨울채비/정동윤

 

머리칼이 가늘어지고

핏줄의 압력이 높아가고

오줌엔 거품이 불어나는

내 겨울이 조금 썰렁해진다.

 

축구장의 파릇한 잔디가

술잔을 맴도는 야릇한 향기가

포만을 즐기는 혀끝의 향연이

그립고 또 그립다.

 

아들과의 대화 부족은

내 탓만 일까?

내 젊은 날에도 아버지는 그림자

그때나 지금이나 그림자는 그림자

 

내 겨울채비로

의욕을 줄이고

바쁨도 체면도 걷어내고

서두름도 애타는 일도 벗겨낸다.

 

그래도 버리지 않는 것은

내가 가는 방향,

그것만은 잃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