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서부 모임 다녀와서.

능선 정동윤 2011. 12. 26. 15:55

서부 모임 다녀와서.

 

늘 같은 사람들,

늘 같은 음식들,

늘 비슷한 이야기들

처음 만나도

오랜만에 만난 구면 같은 느낌들

 

그런 저런 주변 이야기들

돌다 멈추고, 탁자 아래로 툭 떨어지고

 

나는 술 팍 줄였고

혀 끝에 말수 덩달아 오그라들었고

누구는 지난 시절 감동을

꺼내고 싶어하고

누구는 분위기 반전용으로

수시로 위하여, 위하여 술잔 높이지만

 

한때 사냥감을 향해 질주하던 근육들이

암컷을 향해 목말라하던 애욕들이

꿈을 향해 몸 던지던 갈망들이

딸그락 딸그락 말라만 가니

위하여, 합창이 공허하게 맴돈다

 

술이 묻지 않은 대화 몇 조각

우물거리며 씹기도 하고

오리 뼈다귀 두어 개 들고

한 시간 반 동안 쭉쭉 빨아 본다

 

추운 날씨 탓인가

노래방 가자, 2차 호프집 가자는

호기도 들리지 않고

제가 온 길 줄줄이 되짚어 가거나

더러 당구장 갈 궁리도 하고

더러는 지하철 방향으로 몰려간다

 

작년이나 올해나

똑같이 저물어 가고

별 수 없이 나도 또 저물어 간다.

 

-정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