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등 545
참가
안개/박성식,솔향/양근모,선녀/정동윤,김한주,신천수,정언묵,천근엽/10명
코스
족두리봉에서 대남문, 구기계곡
요즘의 정치 기상도처럼 흐린 날씨, 잿빛 구름에 가려진 하늘, 뭔가 명쾌하지 않고
구름 뒤에 숨어 있는 희뿌연 태양,
비가 올지, 눈이 올지, 바람이 불지, 다시 쨍 하고 날이 갤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애매한 날씨가 하산 후 집에 올 때는 파란 하늘이 보였다.
오늘은 언묵이가 쓰러졌다가 회복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란다
사전에 아무런 예고도 없었는데 오늘 갑자기 많은 친구들이 산으로 찾아와
회복된 언묵이와 축하 산행을 함께 하게 되었다.
족두리봉을 지나고 향로봉을 지날 때까지 우리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였다.
이따금 먼지처럼 날리는 하얀 가루 같은 것을 보면서도 그냥 지나쳤다
그러나 비봉 능선에 올라서서야 등위에 숨겨온 꽃다발을 내밀듯이
상고대처럼 하얀 눈꽃이 가득 피워 언묵이의 회복과 우리의 산행을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여인네들도 돌아왔다.
이젠 돌아오라 여인들이여
깊은 침묵에서 벗어나
북한산으로 돌아오라
세월의 연륜이 쌓여
깊어진 주름만큼
생각도 깊어진 친구들이
매주 모이는 불광동으로,
지난 날의 그리움과
족두리봉 아래의 아침 햇살을
다시 가슴 저미게 바라보자
때론 노을 번지는 저녁 해를 마주보며
긴 그림자 드리우며 서쪽으로 걸어도 보자
돌아오라
한동안 잊었다가 다시 바라보는
친근한 얼굴들
북아등의 여인들이여, 돌아오라.
봄이 오면 산길이 녹아 질척질척해지고 등산화엔 진흙이 잔뜩 묻는다
이런 질척거리는 흙을 춘니라고 들었다
머지않아 우리들의 봄은 춘니를 밟고 생강나무를 비롯한 노란색으로 피어나고
빨강으로 번졌다가 하얗게 흩날릴 것이다.
이 봄 북아등도 원기를 회복했으면 좋겠다.
-정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