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전동차 출근

능선 정동윤 2012. 4. 20. 09:46

 

전동차 출근/정동윤

 

한강의 긴 흐름

눈부신 금빛 신기루 물속 도시가 

전동차 소리 따라 움직인다

 

송파동 아파트의 검은 실루엣

숲 속 고목처럼 당당하고

밑둥은 옅은 안개로 숨겨 놓았다

 

가늘게 꼬아진 새끼줄 같은

올림픽대로, 강변대로엔

새벽부터  줄 잇는 개미떼 행렬

 

강을 가로 지르는 동작대교

아침을 가르는 전동차는

강남 강북을 잇는 삶의 투지

 

칸칸이 들어 선 일터의 주역들

 

아직도 덜 말린 긴 머리칼

화장을 고치는 처녀는

하루가 너무 짧고,

 

고개를 바삐 꺾으며

옅은 잠에 빠진 청년은

밤이 너무 짧고,

 

무가지에 코를 묻고

집중하는 중년은

생계가 너무 무겁고,

 

시렁을 따라 바쁘게 왕복하는

남루한 노인은

하루가 너무 길다

 

덜컹덜컹

밝아오는 아침 햇살

전동차 칸칸에 던져 담으며

 

도시의 땅 속

깊은 개미굴로 전동차 

기지개 켜며 힘껏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