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 때도 걷는다
앞을 볼 수 없는 여인네 여덟이 남산 북축 산책로 정자에 모여 나이롱 뻥을 하고 있었다.
화투에 점자가 있어서 손가락으로 비,똥,팔 등을 구분 하면서 볶음밥 내기를 하였다.
장애인 앞에서는 비장애인이 오히려 소외감을 느낀다. 이곳 남산 산책로는 앞을 볼 수 없는 장애인들의 해방구다
비 오는 날은 산에 가지 않는다. 산책도 하지 않는다.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도 용기다.
서리골 공원과 몽마르뜨 공원,서리풀 공원을 비 속에 걸어가 본다.
몽마르뜨 공원의 병꽃나무의 꽃잎이 비에 움추려 있다.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꽃이다.
처음엔 연노란색 꽃으로 피었다가 점차 빨간 색으로 변하는 신기한 놈이다.
숲 속의 이팝나무.이팝나무 꽃이 풍성하면 풍년이 든다고 하지.이맘때쯤 비가 많이이 내리면 이팝꽃은 무성하게 핀다.
비가 넉넉하면 모내기 하기도 좋으니 풍년을 기약하는 것일게다.
서리풀 다리 근처에도 이팝나무와 아카시나무가 많이 식제되어 있었다.
우산을 쓰고 한 손으로 풍경을 오리자니 떨리고 떨려 풍경도 희미하다.
우리나라 사방공사의 주역,오리나무 등과 힘을 합쳐 민둥산 붉은산 우리나라 산을 일단 푸르게 한 공로가 크다.
요즘은 많은 공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푸대접 당하는 5~60대 산업화 세력처럼 산야에서 밀려나고 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꿀과 향기로 우리의 정서를 적셔준 아카시 나무의 위용이 이곳에서는 아직도 당당하다.
몽마르뜨 공원의 화장실 근처엔 보리수 나무들이 군식되어 있다.아주 작은 꽃이지만 향기는 그윽하다.
잎의 뒷면이 은백색이어서 바람이 불면 반짝반짝하는 모습이 일품인데 오늘은 비에 푹 젖어 버린다
빗물을 머금고 있는 이파리를 가까이 다가가서 눈을 맞추어 본다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니 반짝거리는 모습이 연출된다.석가모니가 앉아 있던 그 보리수 나무와는 구별된다고 들었다.
산딸나무,안에 딸기 처럼 보이는 것이 꽃이고 꽃잎처럼 보이는 4개는 꽃밭침이다.
기독교에서는 십자기처럼 생겼다고 십자가 나무라고 한다고 들었는데....
이곳에서는 자리를 넉넉하게 잡아 여유로운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청단풍나무와 아카시나무 등과 치열한 삶의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하늘의 공간을 서로 많이 차지하여 햇살을 넉넉히 확보하려는 그들만의 전쟁이 불꽃 튀긴다.
서리골과 몽마르뜨 공원을 잇는 누에고치 다리. 서초구청 사람들께 이 인근에 뽕나무라도 심어 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권하고 싶다.6얼에 익는 까만 오디를 따 먹으면 방귀를 뽕뽕 잘 뀐게 된다는 그 뽕나무.
누에고치들의 식량인 뽕나무를 심으면 참 좋겠는데..
꽃이 지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지만 지는 모습에서도 삶의 단편이 노출된다.
진정 지는 모습이 아름다운 꽃은 어떤 꽃일까?
왕벚나무나 산벚나무 뿐일까?
참나무 잎마름음병에 걸린 떡갈나무의 누렇게 변색된 이파리가 짠하다.
해가 보이지 않으면 꽃들도 풀이 죽는다.그러나 비를 흠뿍 마시고 난 뒤에 해가 보이면
그 싱싱함은 하늘을 찌를 듯 하지만
죽단화,겹황매화.암술도 수술도 없어 씨를 맺지 못하는 꽃이라 비에 젖으니 더 처량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