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 정동윤 2012. 5. 20. 09:53

 

봄도 어느새 막바지로 달려가고 있다.

,  ‘보다의 명사형이 아닌가. 오늘은 봄의 향기에 취해 봄을 실컨 바라보아야겠다.

대남문까지 가 볼까 하는 요량을 하고 불광역 상점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근엽이와 천수가 나타났다.

 

인적이 드문 대호능선으로 올라갔다. 못 보던 샛길을 기웃거려 보기도 하면서

바윗길로 들어서니 아카시 향기가 바람을 타고 아련하게 풍겨온다.

이곳은 아직도 아카시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며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사방공사의 핵심으로 오리나무 등과 함께 민둥산 , 붉은 산을 녹색으로

변화 시킨 주역들이었는데 천근성으로 나무가 땔감용 외에는 쓸모가 없다고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점차 주변에서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한 때는 인기 있는 동요의 소재로 등장하기도 하고 꿀을 채취하는 양봉업자들의

순례 행렬을 도와 주기도 하면서 사랑을 듬뿍 받았는데 이젠 천덕꾸러기 취급이다.

은퇴를 앞 둔 우리 세대들의 모습과 닮아서 늘 애잔한 눈길을 보내곤 한다.

 

오늘은 싸리나무와 팥배나무, 병꽃나무, 쥐똥나무,찔레나무, 단풍나무 꽃이 시야에 들어왔다.

오늘따라 천수는 스마트폰으로 봄꽃을 오려가기 바쁘고 근엽이도 계절이 담긴

꽃들에 앵글을 자주 맞추기도 하였다.

요즘 피는 꽃들은 대부분 흰 꽃이다. 팥배나무, 아카시나무, 이팝나무, 산딸나무

산사나무,쥐똥나무 등등등

그런데 철쭉의 뒤를 이어 산 속 구석구석에서 병꽃나무가 흑백 사진만 보다가 칼라 사진을

보여 주는 듯 반갑게 모습을 보여 주었다.

병꽃나무는 노란색으로 시작해서 붉은 색으로 변하는데 북한산에서 본 병꽃나무는

연주황색을 띠고 있어서 함부로 이름을 불러 주기가 주저 되었다.병꽃나무가 맞나?

물론 붉은병꽃나무가 있어서 첨부터 붉게 피기도 한다. 자신있는 말투에서 슬쩍

꼬리를 내렸더니 뭐여, 시방확실하게 말 혀하고 다구친다.

집에 와서 수목도감을 확인해 보니 병꽃나무 꽃이 주황색으로 피는 개체도 있었다.

뒤늦게  "맞다카이"

 

향로봉 지나 비봉 능선을 오르는 고개에 이르니 슬슬 배가 고파온다.

시간은 오전 11시를 넘기고 있었다. 빨리 엽 별장으로 가서 요기를 했으면 싶었다.

당뇨병 이후로 심하게 배가 고프거나 지치면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비봉은 스쳐가고 사모바위 지나 드디어 우리들의 아지트에 도착하였다.

급한 근엽이와 천수의 입에서 금방 하얀 봄꽃을 모락모락 피워 올렸다.

주변엔 소나무와 떡갈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었고 아지트 입구의 경사가 높아 호젓한 쉼터다. 

쥐똥나무 한 그루가 그 작고 앙징스런 흰꽃으로 니코틴 독한 향을 잘 지워 주었다.

쥐똥나무는 그 향기로 인해 벌들에게 인기가 높다.

가을에 까만 열매가 맺힌 모습이 쥐똥 같다고 쥐똥나무란다.

 

오늘 산중 음악회 디제이 천수는 가수 송창식 특집으로 꾸몄다.

가장 편안한 자세로 음악을 들으며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웠다.

나이가 들면 꽃에도 관심이 늘어 난다고 하는데 우리도 나이가 좀 들었나 보다

한 쪽만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이 주변을 돌아보기도 하고 따뜻한 관심을 보내기도 한다

우리는 북한산만 너무 찾아 다녔나 보다. 서울 주변의 산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서 서울의 지하철이 노선이 닫는 곳의 산을 조금씩 조금씩 찾아보기로 하였다.

다음 주에는 원효대사와 요석 공주의 전설이 전해지는 소요산에 가기로 하였고.

 

한 때 삼천 명이 수도 정진 하였다는 삼천사로 내려 오는 짧은 북아 능선은

북한산의 여러 모습이 압축되어 있다.

의상 능선이 한 편의 수필 이라면 북아 능선은 한 편의 시다.

내려 오는 길에 세 번이나 미끄러지니 천수 왈

인천 앞 바다에 멸치가 뛰니 속리산에 빗자루가 뛰고

북한산에 산신령이 미끄러 진다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워 속비선생 이라는 별명을 지어낸다.

삼천사 뜰에 신축한 9층 석탑 꼭대기에 안 보이던 금색 네마리 사자상이 올려져 있었다.

경내는 지금 연등 달 준비로 분산하였다.

 

길가에 핀 애기똥풀들이 여름으로 치딛는 봄을 배웅하고 있었다.

나와 근엽이는 봄의 향기에서 벗어나 한천이의 부친 장례식장으로 가기 위해

귀가를 서둘렀고 천수는 변당을 챙기러 갔다.

 

북아등 557회차 잘 다녀 왔습니다.

 

정동윤.

 


 

 

 

 

 

 


 

 

아카시 꽃

 

찔레꽃, 그 아래엔 국수나무 꽃

 

 

 

 

 

 

병꽃나무 꽃

 

 

팥배나무 꽃

 

 

 

 

쥐똥나무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