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강화 나들길 5

능선 정동윤 2012. 11. 14. 10:07

 

강화 나들길 5

 

 

 

익숙한 곳에서 반나절 벗어 난 행선지

낯선 터미널에 내리면 주사기 당기 듯

차오르는 기대

가을비가 구차하지 않다.

 

투명하기에 더 강하고

가늘게 비껴 풍경을 적시지만

카메라는 한 순간도 잡지 못하는 가을비

배낭 맨 모습은 언제나 맑음

 

차마 높아 한적한 적석사 낙조대

공양 귤로 목마름 채우지만

빗줄기도 돌부처 미소 지우지 못하고

길 떠나려는 우산만 두들긴다.

 

단지 수맥만 막았는데

벌겋게 흥분한 단풍나무

찬비에 피를 토하듯 부들부들 떨며

새순 돋을 때까지 낙엽 되길 거부한다.

 

어젯밤에도 나그네는

이국의 딸이 그토록 그리워하는 집에서

비 내리는 먼 낯선 풍경

그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또 다른 언어를 익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