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 정동윤 2013. 1. 1. 18:52

 

새해에는/정동윤

 

내 나이 더 들기 전에

아직 남은 장기주택담보대출

하루빨리 갚을 수 있도록

작은 일자리나마

놓치지 않게 해 주소서!

 

내 아픈 몸을 다스리기 위해

다른 이를 지치게 하고

병상에 드러누워

알량한 생활비나마

까먹지 않게 해 주소서!

 

어느 날 함께 걷던 친구가

배려라는 단어가 참 좋다며

허물없이 웃던 모습

회원 줄어드는 산모임이지만

자주 볼 수 있게 해 주소서!

 

폭설이 내린 전신주 아래의

음식물 쓰레기봉투

게걸스레 쪼아대는 비둘기 떼처럼

날개 달린 하이에나가

되지 않게 해 주소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골목길

단독주택 창문으로 비치는

따스한 불빛에도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줄 아는

감성을 잃지 않게 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