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에서 남산까지
멀리 보기 위해서 높이 나는 갈매기가 있다면
멀리 가기 위해서 매일 걷는 사람도 있다.
멀리 걸어 보는 것이 꿈이라면
매일 걷는 일은 현실이고 꿈을 키우는 작은 일이다.
꽃샘 추위에 밀려 조심스러운 몸짓으로 머뭇거리는 봄날,
서울 속의 부드러운 흙길을 찾아 걷다 보면
부지런한 개나리가 늘어서 있고 수줍은 진달래가 손뼉 치고
점잖은 목련이 목을 빼고 기다려 주는 여느 동네의 뒷길들,
처음 보는 길이지만 자주 찾은 길마냥 익숙하다.
서울의 골목을 빠져나와 한강의 강변으로 내려서면
햇살 반짝이는 강물은 더운 가슴을 차분하게 식혀주기도 한다.
자동차에 밀려 길 가장자리에 좁게 만들어진 보행로를 따라
수많은 한강의 다리들을 건너다니다 보면
서울은 차로 다니면 넓어도 걸어 보면 좁은 느낌이 든다.
산길이고 강변이고 해변이고
길이 있으면 걸으리라.
어제에 이어 반포대교 아래에서 걷기를 시작한다.
강가의 수양버들이 바람에 나부낀다.
옛날 어느 술꾼이 술을 잔뜩 마시고 어둠 속에서 밤새 수양버들을 여인 삼아 노닐다가
다음날 아침 시체로 발견되어, 집안에는 수양버들을 남자의 수명을 단축시킨다고 키우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버드나무는 물이 풍부한 강변이 살아가는데 제격이다.
살구나무. 벚꽃보다 이르게 피는데 꽃받침이 뒤로 꺽여 있으면 살구꽃이다.
매화와 구분하기 어려울 때.
잘 표시 되지 않네.
이놈은 앵도나무.
창공에 날리는 연들이 바람의 세기를 알게 한다.
자유롭게 보이지만 자유롭지 않다.
교각 사이로 보이는 응봉산 개나리.
성수대교 아래서 엘리베에터를 타고 다리 위로 올라갔다.
성수대교 위에서.
이 다리를 건널 때 어찌나 바람이 거세던지 모자를 두 손으로 꽉 붙잡고 걸었다..
드디어 서울숲 위로 지나게 되고.
9번 출입구로 들어선다.
메타세콰이어 군락지.
여름에 이곳에 앉아 있으면 정신이 맑아질 것 같다.
승마공원.
반송.
막 피기 시작한 벚꽃.
백목련과 자주목련이 어우러진다.
진달래.
개구리 알처럼 보이는 살구꽃.
떨어진 살구꽃의 뒤태.
응봉산 개나리들.
응봉산에서 서울숲을 보다.
응봉산 올라가는 길.
사람들이 많아서 한참을 기다리다 찍었다.
독서당 길에서 응봉산을 보며.
이런 안내 표시가 잘 되어 있어서 걷기가 수월하다.
다음 주에는 벚꽃이 한창이리라.
막 시작하는 벚꽃들의 개화...
어딘가에 나그네가 숨겨져 있다.
옛날 타워호텔이 반얀트리 호텔로 바뀌었는데 매봉산에서 그곳으로 가는 길.
잘 다듬어진 이 길을 지나면 국립극장 앞으로 나온다.
남산의 숲 속을 걷다보면 남산 제비꽃을 보게된다.
최근 이 꽃을 찾으려고 꽤 뒤적거렸는데 발견하지 못했다.
알고 보니 일부러 키워서 야생으로 돌려보낸 듯하다.
소멸되지 않고 오랫동안 남산에서 그 이름을 이어 같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