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일흔다섯 쯤엔/정동윤

능선 정동윤 2013. 8. 2. 10:09

 

일흔다섯 쯤엔/정동윤

 

 

그때가 되면

요사이 쌓이는 청첩장 대신에

뜻밖의 부고에

놀란 가슴 쓸어내리는 일이 많아지겠지

주말마다 다니던 산은

혹독한 겨울 넘긴 기쁨으로

봄 한 철 아주 느리게 한두 번 다녀올 것이다.

 

 생각만해도 즐거운 

서너 살 손주들 재롱에 빠져 

스마트폰엔 온통 아이들 사진이 넘치지만

그놈들도 열 살이 넘으면

굼뜬 우리를 더는 찾지 않을 지 몰라.

우리의 일상은 별로 주목받지도 못하고.

 

술을 곁들인 저녁 모임은

점차 늦은 점심 모임으로 바뀌어

밀린 이야기 다 풀어놓아도

해와 낮달은 중천에 어슬렁거리고

우리는 덜컹거리는 전동차 한 귀퉁이에서

나른한 귀가 서둘지 않을까.

 

 

부드러운 햇살을 찾아

근처 공원에 맥없이 앉아있기보다

읽고 싶은 책 목록 그어가며

동네 도서관 찾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따금 오래된 친구도 몇 명 불러 

구내식당에서 가락국수라도 나눠 먹고.

 

 

고집도 하나 피우고 싶다.

젊은 시절부터 헌신한 내 노동을

죽을 때까지 보답해 주는

국민연금 안내서 만은

매달 배달되는 우편으로 꼭 받아야겠다.

 

모든 일이 온라인으로 처리되어

존재감은 더욱 희미해져도

내가 살아 있음을 확인해주는 우편물,

그 연금 안내서는 늘 반가울 것이다.

 

 

그때가 되어도

아내가 곁에 있고

같은 추억을 지닌 친구들이 옆에 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