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도감

홍릉에서 한강까지

능선 정동윤 2013. 10. 6. 18:14

 

가을에는 홍릉에 꼭 가야한다.그곳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나무가 꽃단장하고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꽃댕강나무이다. 내가 힘들 때 환한 모습으로 나를 위로해 주었던 나무이다.

멀리 보이니 벌써 마음이 쿵닥거린다

 

 

다가서니 두 팔을 활짝 벌려 안으려는 자세다. 여름에도 와서 보고 따뜻한 봄에도 와 보았지만

가을에 본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부채살형 수형도 군더더기가 없고 가지마다 생기가 돈다.

 

 

흰색 깔대기형 꽃에는 연분홍빛이 어리고 갈색의 꽃받침도 꽃으로 보일만큼 우아한 모습을 보여준다.

녹색,흰색,갈색이 잘 어울려서 나무 주변을 서너 바퀴를 돌면서도 자리를 떠날줄 모른다.

 

 

 

 

원래 꽃댕강나무가 울타리로 많이 쓰이지만 이곳에서는 주인의 역할을 하고 주변의 울타리는 낙상홍이 맡았다.

주인 나무가 반상록성으로 초겨울까지 단장을 하고 있으니 낙상홍도 서리가 내릴 때가지 빨간 열매를 달고

시녀들처럼 도열해 있다.

 

 

낙엽이 져도 붉은 열매는 쉬 떨어지지 않는다. 이름은 낙상홍으로 중국식이지만 원산지는 일본이란다.

이곳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홍릉 수목원에 온 목적의 반을 달성한 셈이다.

 

 

짙은 초록의 잔디도 어느새 반백이 되니 우리들의 가을처럼 정겹게 보인다.

우리의 삶이 한해살이라면 지금같은 초가을이 아닐까.

우리의 삶이 하루라면 오후 4시쯤이 아닐까

 

한참을 머물다 돌아 가는 길에 청명한 하늘을 배경으로 다시 한번 그 나무을 담아 온다.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의 어느 공휴일에 다시 올 지도 모르지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물러선다.

 

 

활엽수원에 있는 탱자나무다. 남부지방에서 울타리용으로 많이 쓰인다.뾰족한 가시로 인하여 귀신을 접근을 막아 준다고.

저 탱자 열매로 차를 끊여 마시면 웬만한 감기는 뚝 떨어진다고도 한다.

나는 가시를 꺾어 길가에서 소라를 한 봉지 사서 속을 파 먹은 기억이 있다.

 

 

나뭇잎이 세갈래로 달린 것과 가지가 녹색인 것이 특징이다.입자루에 아주 작은 날개가 있다.

잎도 사철나무잎처럼 꽤 두껍다.

두어 시간 동안 수목원을 돌아보는데 정이품송의 아들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아마 최근에 옮겨 심지 않았나 싶다. 나무의 수령으로 보아 대충 10년이 된 것같다.

소나무는 고목이 아니라면 일년에 한 마디씩 자라니 7마디였고 더하기 3을 하면 수령이 된다.

아직도 나즈막하게 울고 있는 늦털매미의 울음 소리를 뒤로 하고

난지도 하늘공원의 억새밭으로 간다.

 

 

평화공원에서 본 산사나무의 열매다.

 

 

하늘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본 남천의 열매다.

단풍이 참으로 고운 수목인데 아직은 단풍이 들지 않았다.

 

 

하늘공원 상부에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는 산딸나무의 열매다.

봄에는 하얀 꽃이 아름답고 가을엔 붉은 열매가 탐스러워 최근엔 공원등에 많이 심는다.

 

 

서울에서 이런 억새를 어디서 볼 수 있을까.

한강 주변이나 청계천 끝에서도 볼 수 있지만 이곳 하늘 공원에 비할 수는 없다.

 

 

전체의 모습을 담아보려고 했지만 솜씨의 한계를 느낀다.

파노라마처럼 펼쳐보이고 싶었은데...

 

 

눈이 가는대로 나누어서 담고 억새밭으로 들어갔다.

나는 메뚜기처럼 작은 미물에 되어 억새밭에 파묻혔다.

 

 

모감주나무 열매다. 꽈리처럼 주머니를 하고 달려있다. 중국에서 바다를 건너 안면도에 도착하여

안면도에는 모감주나무의 군락지로 많이 알려져 있다.

봄엔 골든레인트리라는 영어명처럼 노란꽃이 참으로 보기 좋은 나무이다.

열매는 단단하여 염주로도 사용한다고 들었다.

 

하늘공원에서 한강으로 내려왔다. 강변에 핀 덜꿩나무의 열매이다.

덜꿩나무는 잎맥이 뚜렷하지만 가막살나무의 잎과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나는 종이에 기름이 묻은 듯한 잎이 군데군데  보이면 덜꿩나무라 생각한다.

 

 

산 속에서 많이 자란다고 들었는데 강변에서 보았다.

강변에서 보았네 산에서 못 본 열매 .(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고은 시인의 '그 꽃"패러디)

 

 

찔레꽃도 열매가 익어 갈 준비를 하였다.

성산대교 아래의 자전거도로 옆이다.

10월엔 녹색의 열매지만 11월이 되어야 붉게 변한다.

장사익과 이연실의 "찔레꽃"의 슬픈 노래가 생각나다.

 

찔레꽃은 꽃도  예쁘고 향기도 좋으며 붉은 열매도 참 앙징스럽다..

그래서 아무나 덤비지 못하게 가시를 감추고 있는게 아닐까.

편백나무는 피톤치드를 내뿜고 은행나무도 고약한 냄새를 내뿜으며 자신을 방어하지 않는가.

 

덤불 속으로 참새떼가 몰려 왔다가 가까이 다가가니 한꺼번에 날아 오른다.

가을은 새들의 잔치날이다. 온통 몰려 다니며 신나게 파티를 즐긴다.

나도 가을을 만끽하며 새들처럼 즐겁게 쏘다닌다.

 

 

서강대교 인근이 아닐까, 강변 산책로에 좀작살나무의 보라색 열매가 눈에 띈다.

북아등 초기에 북한산에서 보라색 열매를 보고 뿅 간 이후로 가을이 오면 이 열매를 꼭 보아  넘겨야 한다.

작년엔 법원 뒤의 몽마르뜨 공원에 점심 때마다 찾아 갔었다.

흰좀작살나무도 있지만 보라색이 원형이니 보라색만 찾는다.

 

홍릉의 국립 산림 수목원을 둘러보고 6호선 고대앞에서 월드컵역으로 와서

 난지도 하늘 공원을 거쳐 성산대교, 양화대교 서강대교를 거쳐 마포대교까지 걸으며

물처럼 흘러가는 계절 중에서 열매의 계절, 풍성한 가을을 만끽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