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 정동윤 2013. 10. 23. 08:47

 

지렁이/정동윤

 

그 성질 좀 죽이게

갑작스러운 폭우에

땅속에 물이 찬다고

후닥닥 땅 위로 뛰쳐나가면

한순간 개운할지 몰라도

그다음부턴 지옥이네

 

공원에 말랑말랑한 땅

그건 흙이 아니네.

따가운 화학제품

삼킬 수 없는 독극물이네

 

메마른 땅

기름지게 만드는 기술도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바닥에선

무용지물 아닌가?

 

탄성 포장 산책길에

널브러져 분해 당하는 모습

차마 볼 수가 없네.

 

숨 막히고 답답해도

땅속이 천국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