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길(山 능선)

서울성곽 순례

능선 정동윤 2013. 11. 3. 19:45

오전 8시 아파트 정원의 모과나무를 보면서 출발하였고

남산,낙산,북악,인왕을 거쳐 아파트로 돌아오니

모두 8시간이 걸렸다.

돌아오니 아파트 감나무가 주렁주렁 반겨준다.

 

남산에서는 내내 안개였지만

오전은 조금 흐렸고 오후는 맑게 개인 날씨였다.

오늘의 성곽과 단풍을 중심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단풍과 잘 어우러지는 성곽의 모습을 찾아보기로 한다.

 

성곽길 외에

장충체육관에서 흥인지문까지는 시내를 통과하였고

인왕에서 강북삼성 병원까지는 골목길을 따라 걸었고

돈의문터에서 덕수궁까지는 정동길을 선택하였고

대한문에서 숭례문 거쳐 다시 힐튼호텔  앞에서 종료하였다.

 

인문학이 철학, 사학, 문학이 주류라면

물처럼 자연스럽게 흐르는 노자의 철학을 염두에 두고

역사의 숨결에 배어있는 옛 성길을 따라 걸으며

언어로 우리의 사는 모습을 그려낼 수 있다면

오늘부터 인문학에 입문하여도 될까 모르겠네.

 

 

 

아파트 입구의 모과나무 .

못생겨도 향기가 좋단다.

 

오늘의 일정. 성 둘레만 18KM라나.

 

힐튼호텔 앞에서 올라 가는 길.

 

오른쪽으로 화살나무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

 

팔각정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의 성곽.

요즘 분수대 앞은 유물 발굴 공사 중이다.

 

케이블카 도착지점. 안개는 여전히 10M만 보여준다.

 

팔각정 주위도 안개에 쌓여 인적이 드물다.

 

낙엽도 쓸모가 있다.

 

남산의 서봉을 지나 동봉으로 가는 길.

단풍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동봉 전망대로 가는 길은  참으로 고즈늑한 길인데 오늘은 으스스하다.

 

 

동봉 전망대서 바라본 윗쪽.

 

아래쪽.

 

이런 표시가  자주 보이지 않아 초보자는 이 표시만으로는 불편하다.

좀더 친절하게 갈림길마다 배치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래도 가을은 익어가고 단풍이 들고 낙엽은 진다.

 

좀작살나무의 보라빛 열매가 눈길을 멈추게 한다.

보라색이 이 열매의 생존전략이다.

 

좀 어색한 보수공사다.

재질도,공법도 눈에 거슬린다.

 

 

남산을 지나 국립극장을 건너 반얀트리 클럽으로 들어 가는 길.

 

시멘트 돌담이 성곽을 대신한다.

 

멀리 신라호텔이 보인다.

이곳에서 신라호텔, 장충체육관 뒤쪽까지

걷기도 편하고 전망도 좋아서 걷기 좋은 길로 추천해 본다.

 

 

짧게 살다가는 단풍잎의 화려함과

좀 더 길게 살아야하는 솔잎이 비교된다.

 

호텔 뒤쪽으로 이곳까지 내어주었지만 관리의 손길은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은행나무도 단풍이 한창이다.

 

신라호텔 후원이다.

 

 

경동교회의 담벼락에는 담쟁이가 점령했다.

잎이 먼저 떨어지고 나중에 잎줄기가 떨어진다.

열매를 알리려는 담쟁이의 전술.

 

 

담쟁이/정동윤(산능선)

 

 

연초록 새순이 앞장선다.

치밀한 전략 대신

손부터 뻗어 틈을 확보한다

안전망이나 퇴로를 끊고

컵 속의 잉크 번지듯

벽을 덮고 담을 타고

꿈꾸던 허공에 닿을 때까지.

 

혼자는 땅을 딛고

일어설 수 없는 무골 전사,

머뭇거리며

키 작은 낙하산 부대인

민들레의 공수작전 

부러워할 시간은 없다.

 

벽을 점령한 가을엔

대규모 방어훈련

군무처럼 일사불란하게

붉은 방패 흔들며

위대한 햇살의 침투로

뜨거워지는 벽을 식히며

 

마지막 남은 에너지

미련없이 뿌리로 보낸 후

녹슨 방패는 떨어지고

최후의 단창마저 땅 위에 쌓인다

 

찬바람에 취약한 전투력

구름이 응원하고

새들이 씨를 옮기고

곤충들도 파병해 주어도

겨울은 휴전이다.

 

새봄에

새로운 전선처럼

연초록 새순 다시 앞장선다.

 

 

 

흥인지문, 학창시절엔 자주 보았는데.

 

입구를 표시하는 안내표시가 별로 없고 읽기도 어렵다.

 

 

성벽의 좌우로 다 다닐 수가 있다.

 

 

이 성벽 왼쪽에는 70연대식 단독주택이 다닥다닥 연결되어 있다.

낮은 방들이 어릴적 향수를 자아내게 한다.

 

이곳의 성벽 보수공사도 각양각색이다.

무성의하고 비문화적 태도에 흥분이 되지만

이 또한 한 시대를 관통한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역사가 쌓이는 모습도 뒤죽박죽 제멋대로다.

보여주면서 욕을 먹는 부끄러운 유산이다.

외면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이젠 그만 보고 싶은데 자꾸 나타난다

성곽길이 지나가는 지방자치단체는

용산구,중구,동대문구.성북구,종로구,서대문구

그 중에서 관리 상태는 동대문구가 꼴찌이고 성북구가 그 다음이다.(주관적 견해 임)

 

아름다운 자연에

부끄러운 인공건축물이다.

 

흥인지문에서 혜화문까지는 역사적 공감보다는

그냥 길을 걷는 기분으로 성벽을 보지 말고 땅만 보고 걸었으면 좋겠다.

 

 

단풍만 보자.

 

성벽은 이곳에서 끝이 나고 길의 건너편에

혜화문이 보인다.

 

언덕 위의 혜화문, 옛날보다 주변의 지대가 많이 낮아졌나 보다.

 

혜화문과 성북동 성곽길이  끊어졌다.

 

경신고등학교를 지나면서 성곽이 여러모습으로 변형된다.

 

축대처럼 보이기도 하고.

사적인 용도로 쓰여지기도 하고.

 

북악으로 들어서면서 안정이 된다.

 

사람의 간섭이 그만큼 줄었거나 예산이 충분했거나

공무원이 청념했거나.

 

편안한 기분으로 말머리 안내소,숙정문을 향한다.

 

 

짙은 숲냄새가 그득하다.

 

성 안에는 소나무, 성 밖에는 떡갈나무.

 

 

 

산능선

이 정도 문화재라면 바른층쌓기나 허튼층쌓기를 할 때

석재의 규격도 옛사람들처럼 꼼꼼하게 하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잠시 머물다 간다.

 

날이 흐려서 북한산은 보이지 않고 북악 팔각정이 있는 능선 아래

단풍만 가득하다.

 

 

 

뒤에 희미하게 보이는 봉우리가 북악이다.백악으로 불려지기도 했다고 한다.

 

 

 

 

이곳 북악 정상에서 창의문까지 계단이 모두 972개 란다.

근무 중인 초병에게 물어 본 대답이다.

 

 

 

드디어 인왕의 자락에 들어섰다.

 

 

이곳의 산성모습은 일정하다.

 

 

 

보이는 곳은 기차바위 뒤쪽 능선이다.

 

 

 

 

 

최근에 보수공사를 완료했는데

길이 꽤 가파르다.

 

치마바위에서 바라본 정경. 성벽 중간이 범바위,

끝 지점에 모자 바위와 장군 바위가 있다.

 

 

 

치마바위.

 

 

종로구 부암동으로 들어섰다

 

 

 

 

 

 

성곽길은 이곳에서 마무리되고

강북 삼성병원을 지나 정동길로 들어갔다.

 

정동길에서.

 

 

이곳은 늘 사람이 북적거린다.

 

 

 

 

 

 

 

 

성곽의 표준 모습처럼  보인다. 숭례문에서 남산으로 가는 길에.

 

 

 

 

감나무.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