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등 635
11월 마지막 일요일,
북한산의 가을을 보기 위하여 불광동으로 갔다.
미세먼지 경보와 오후에는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로
붐비던 2번 출구 근처의 등산객이 뜸했다.
9시 정각에 출발하여 용소나무 곁을 지나 향로봉 언덕을 올라
다시 옆으로 휘돌아 비봉, 승가봉, 청수동암문으로 올라갔다.
청수동암문은 최근의 보수공사를 마치고 계단도 잘 만들어 놓았다
여기까지 오면서 단 한 번도 쉬지 않았음을 의식하고 산행 내내
쉬지 않고 걷기로 마음먹고 잔잔하고 차분하게 나아가니
산도 잔잔하고 차분하게 길을 내어주었다.
대남문 대성문 지나고 형제봉으로 지나가는 길은
임금이 북한산으로 피난 오는 길이라 들어서인지 유난히 길이 넓어보였다.
보현봉 바라보며 일선사 입구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다.
북한산에서 북악산으로 갈 때 북악터널 위를 제대로 통과하지 않고
도로를 횡단한 기억이 있어서 오늘은 꼭 터널 위로 가기로 마음먹고
이정표를 확실히 챙겼다.
무사히 북악터널 위를 지나 북악에 들어서서 숙정문을 목표로 걸었다.
삼청계곡, 하늘도 푸르고 산도 푸르고 내 마음도 푸르다는 삼청계곡은 깊었다.
두 개의 능선과 깊은 계곡을 지나는데 고요하고 한적한 기분이
여름에 찾아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았다.
숙정문 오르려는 생각은 비의 예보가 떠올라
말바위 쉼터에서 삼청공원으로 내려와 경복궁을 거쳐 시청
남대문 지나 남산까지 걸어가기로 하였다.
쉬지 않고 걷기로 하였지만
점심 먹을 때와 상청 계곡에서 간식 먹을 때 두 번은 좌정하였다.
집에 도착하니 오후 4시 가까이 되었다.
그제사 비가 한두 방울 떨어졌다.
북아등 잘 다녀왔습니다.
-정동윤-
바위가 아무리 거칠고 우악스러워도 자신을 찾아와 몸을 낮추는 나무에게는
정착하여 잘 자랄 수 있는 틈을 내어 준다.
향로봉 중턱에서 깔딱 고개 가는 길에도 바위는 틈을 내어 소나무를 받아 주었다.
진정 살기를 원하는 솔씨는 수직의 바위에 내려 앉아도 뿌리를 내린다.
비봉 뒤편.
하마 같은 바위에 올라 멀리 풍경을 바라보았던 북아등 식구들이 그립다.
이런 문을 보통 통천문이라고 부르지만 북한산에서는 그다지 불려지지 않는 것 같다.
월출산에서는 통천문이라 부르며 위세를 떨치고 있는데...
청수동암문 오르는 길은 많이 정비 되었다.
길은 만들어 놓았으니 길을 따라 걷는다.
출입금지 구역도 설정하며 산의 훼손을 막아보려는 시도이다.
막으면 가지 말아야지...
암문 입구까지 계단을 만들어 놓아서 오르기가 한결 편하였다.
이젠 이곳도 단숨에 올라 보았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그래도 인증 사진은 한 장 남겨 두어야지.
대남문에서.
불광동에서 예까지 2시간 37분.
대남문에서 대성문까진 8분.
가을도 이제는 겨울쪽으로 많이 기울어지고 있었다.
보현봉이 보이는 곳.
점심 먹을 때 일선사에서 아래의 시를 방송으로 낭송해 주었다.
목계장터/신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하네
청룡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나 서울 사흘 묵계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울장사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어라네
민믈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에
석삼 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하네
형제봉 능선의 하산길은 넓고 편하고 올망졸망해서 좋다.
북악으로 가는 길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영불사,삼곡사,여래사 절도 많았다.청..뭐라는 절의 표시도 있었는데...
여기에서 북악산 갈림길을 선택하였고 제대로 북악터널 위로 갈 수 있었다.
삼각산 여래사 가는 길을 선택.
드디어 북악의 품에 들어 섰다.
성북동 관할이다.
요즘 비둘기는 시궁쥐처럼 쓰레기 봉투를 뒤적거린다.
말머리 쉼터. 북악의 성곽을 오를려면 이곳에서 신고를 하고 팻말을 받아야 한다.
오후 3시에 마감한다. 북악,인왕으로 가느냐 아니면 와룡공원 낙산으로 가느냐 망설이다 삼청공원으로 선택.
삼청 공원 내의 단풍나무.
아직도 가을이 한창이다., 이곳은.
붐비는 삼청동 길을 벗어나 경복궁 돌담길을 걸어 본다.
수문 교대 행사.
익숙한 곳도 여행지라 생각하면 달리 보인다.
나도 소풍이 끝나면 정말 아름다웠다고 말 할 수 있을까.
세종대왕 동상 뒤쪽.
지난 목요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오페라 "달이 물 위를 걸어가듯"를 보고
집으로 가는 길 내내 오페라스타일로
아내와 대화를 주고 받았던 그 길로 귀가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