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인왕에 묻다
능선 정동윤
2013. 12. 8. 09:22
인왕에 묻다/정동윤
하루 치의 북한산행
뒤풀이까지 마쳐도
남은 해가 중천
더러는 노래방 당구장으로
삼삼오오 떠나고
오후의 햇살 눈 부셔하다
옛 서울의 울타리따라
인왕산에 오르니
둥근 치마바위 아래
웅크린 청와대
그 앞에 엎드린 경복궁
데모 함성에도 입 다문 빌딩들
매바위 눈빛만 더 가늘어진다.
저녁 해 걸린 안산 마루
어둠이 채워지는 산길에서
남은 갈 길 물으니
인왕은 머뭇거리지 않고
N 타워 남산을 가리킨다.
희미하게 보이는 남산 산책로
장님들도 행복해하는 그 길에선
솔 껍질 같은 세월도
번뇌에서 벗어난 소나무처럼
후회 없이 저물어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