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잠 들지 못하는 밤

능선 정동윤 2013. 12. 27. 16:41

잠 들지 못하는 밤

                       산능선 
이제 귀를 막고 싶다
설 익은 은행알 툭툭 떨어지는 소리
여름내내 시달렸던 환청같은 빗소리
비마저 건망증인가 
다 젖은 지붕에 내리고 또 내리니 
달빛도 어지러워
구름 위만 맴돈다
비가 내려 슬픈지
슬픈 빗소리 그칠 줄 모르고
여름의 반은 어두운 하늘
허탕치고 지치는 날이 잦았다
인색해진 햇살에
망쳐버린 여름 장사
쓰라린 뱃속 깡소주만 들이키고
습기 가득한 가슴 찢는다
모처럼
배란다 방충망에 걸린 달
뜨개질 뭉치처럼 빙빙 돌다
구름 속으로 잠겼다 뜬다
벌떡 일어나 창문 열어 
구름 비집고 나온 달 잡아 당겨
병든 여름 축축한 이불
뽀송뽀송 말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