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자판기 우정

능선 정동윤 2013. 12. 27. 21:38

자판기 우정

산능선

우정을 동전 몇 개로 빼 낼 수야 없지
그래도 파란 지폐 몇 장은 되어야지
살면서 꾸준히 모아 둔 우정
자판기 속에 차곡차곡 모았다가
집들이, 백일, 부모님 잔치라는
단추 눌러 빼 먹고

점점 빨라 어지로운 나이 속도도
어른들의 장례식 앞에선 주춤하지만
인생의 쓰고 단맛을 우정 자판기 눌러
홀짝홀짝 마시면 허무해 지기도 하지

저절로 큰 줄 아는 아이들
잘 난 경사까지 덜컹덜컹 신세 지면
어느새 우정은 빨간 불이 켜지고
자판기 바닥에는 세월에 굳은 버린
깊은 주름만 보일거야

혹 자판기 눌러도 친구가
튀어 나오지 않으면
더 이상 파랗게 충전되지 않는
휴대폰처럼 연락 되지 않거나
수리할 수 없을 만큼 고장나서
스스로 움직이기 거북하거나

오래도록 다정한 친구
자판기의 편리한 우정 고갈되어도
손수 불을 지펴고 물 한 잔 데워
늘 미소로 건네 줄 자네,
종교처럼 깊은 우정의 자네, 고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