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시를 좋아하는 친구♤

능선 정동윤 2013. 12. 27. 21:58
♤시를 좋아하는 친구♤
 
 
산능선

친구는 멋진 풍경만 보면
시를 내 놓으라고 한다
오늘도
눈 내린 북한산 한 복판에서
시를 한 개 내놓으라고 재촉한다
아이쿠,
어디 한 번 만들어 볼까
온 산 가득 내린 눈을
양동이로 퍼 와서 잘 녹인 뒤에
오래 된 뚝배기에 담아 불을 지피는 거야
어머니가 담가놓은 장독에서
사랑 두어 숟갈 퍼 와서 잘 풀어놓고
산에서 울려 퍼지던 친구들의 고단백 웃음도
반듯하게 잘라서 알맞게 넣고
서울역 지하도에서 따 온 맵고 독한 인생도
두어 개 총총 썰어 넣고
조간 신문에 난 훈훈한 이웃 인정을
맛깔스레 골고루 뿌려 넣은 뒤
텔레비전에서 개그맨들의 못 생긴 유머도
먹기 좋게 짤라 넣는 거다
이제 뜨겁게 가열하는거야
뽀글뽀글 소리가 나도록
참, 정치인들의 벌건 거품은 지켜서서
꼭 걷어내어야지
친구야
이제 이 시 한 번 먹어 봐
그런 대로 먹을 만 할거야
시도 정성과 시간이 들어가야
제 맛이 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