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버즘나무 퇴출 시키다.
능선 정동윤
2013. 12. 27. 22:29
버즘나무 퇴출 시키다./산능선
역류성 식도염으로 지난 겨울부터 헛구역질을 자주하던 종로의 버즘나무들은
봄이 되기 전에 무성한 가지가 몽땅 잘려져 나갔다.힘도 들이지않고 툭툭 잘라오는
구청 전기톱이 해병대 머리로 만들었고 몸통은 장승처럼 통나무로 변해 버렸다.
한 때는 잘 자란다는 이유로 사랑 받았지만 이젠 같은 이유로 거세 중이다.
바람이 닿아도 감각이 없어졌고 한 낮에는 그늘도 만들 수없는 따분한 가로수가 되었다.
가로등을 피해 잠을 자다 목이 삐어 손끝 저리는 경우도 생길 수 없고
폭풍에 가지 꺾여 물리치료실에서 노파들의 신음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었다.
외래종이며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되어 30년 매연을 마시며 도로를 지키고
그늘을 만들어 시민들을 위로해 주었는데 이젠 궁상 떠는 검버섯 노인으로 뽑힐 날만
기다려야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