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 정동윤 2013. 12. 29. 18:21


* 두 친구 *

 

산능선/정동윤


지천명에 백발 성성한 친구는
산에서 내려오면
신라 장수 김유신의 말을 탄다

 

말 머리 돌릴 대망은 접었고
절절한 인연과 고달픈 삶에 이끌려
술병 속으로 빨려 든다.

 

아내의 빈 자리 채워야겠다는
상처한 친구의 고백에
술병 속의 친구 허우적거린다

 

오랜 외로움의 마취에서 깨지만
통증없는 사랑, 다시 주사하기 쉬울까
술병에서 흘러 나오며 중얼거린다

 

술 깨어 귀가 하기도 처음인데
길 가의 저 꽃도 지천명 넘겼나
붉은 철쭉 하얗게 보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