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마른 장마에

능선 정동윤 2013. 12. 29. 18:58
      마른 장마에 산능선/정동윤 비가 없은 장마철 서대문 로터리에서 소방차는 붉은 불빛 힘차게 휘둘럿지만 꼭 막힌 체증 도무지 풀리지 않았다. 불타는 곳 위험한 사람들 구하러 황급히 달려가야 하는데 붉은 악마처럼 서서 히틀러 손짓만 반복할 뿐이었다. 쩌렁쩌렁한 사이렌 소리 숨 넘어갈 때 하늘색 의경이 달려와 모퉁이마다 숨통을 막고 빨간 차부터 겨우 물꼬를 터 주었다. 내 가슴에 몸부림치던 언어들이, 내 머릿속의 차갑게 식은 생각들이 소방차를 따라 물뱀처럼 빠져나왔다. 마른 장마에 불어난 차들,
      내 빈약한 언어까지
      반짝이며 물결처럼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