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달리는 그녀
능선 정동윤
2013. 12. 29. 19:01
달리는 그녀/산능선
언덕 위에서 바라보니
하얀 세월을 동여 맨
몸집 아담한 여인이
탁탁탁 달린다.
최고급 타이어가
평생을 달려도
한 방울 얻지 못할 땀을
황영조보다 당당하게
길 위에 뿌리면서,
어디선가
구두 닦는 칠순 할머니라는
소근거림이 크게 들린다.
건강한 마라토너들이 모여
한 방향으로 달리지만
할머닌 돋보였다
결승선이 가장 멀다해도
부끄럽지 않다.
오로지 긴 호흡과 탄력만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
원시의 모습으로
둥근 지구를 굴리듯
의지의 발자국 남기며
귀족보다 우아한 모습으로
탁탁탁 달린다.
하얀 머리, 달리는 그녀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