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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다음 날

능선 정동윤 2013. 12. 29. 19:13
  

술, 다음 날
산능선
모처럼 대취한 다음날은
가슴이 서늘하다
밤새 지폈던 불길은
하얀 재만 남기고
뜨거운 만큼 더 식었다.
별로 즐겁지 않은 웃음이
유리잔에 넘쳤고
그다지 외롭지도 않는
외로움도 나누어 마셨고
수상한 허풍 몇 개는
탁자 아래로 떨어져 
흙이 묻었다.
지난 밤 
오래 갈아입지 못한
나의 노래는 진부하였고
아침햇살이 떠난 뒤까지
방안을 뒹군다.
어느 순간부터 지워진
장면을 살려내려고
안절부절 애를 쓰다
북어국 한 그릇에 밥을 만다.
이런 날은 
종일 굶어도 배 고프지 않다
시시한 우울을 안고 
또 황혼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