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정요, 부족함을 안다는 것
제왕학의 전설 《정관정요》에서 배우는 정치의 요체
당태종 이세민은 중국 최고의 명군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많은 역사가들이 당태종을 중국 역사상 최초로 명실상부한 세계제국을 세운 인물이라 칭송하고 있다. 그는 진시황 이래 장성 안의 황제에 불과했던 역대 황제와 차원이 달랐다. 그의 치세 때 당나라는 정치·경제·문화·예술 등 모든 면에서 성세를 누렸다. 또한 동북방의 고구려와 서쪽의 토번吐藩을 제외한 사방의 모든 나라가 무릎을 꿇었을 정도로 대외적인 부분에서도 안정을 이루었다. 중국인들은 당태종이 다스리던 시대를 정관지치貞觀之治로 칭하며, 영원히 잊지 못할 위대한 시대라고 부른다.
태평성대의 상징 당태종과 그를 보좌한 명신들의 대화로 구성된 《정관정요貞觀政要》에는 당태종이 어떠한 방식으로 인재를 그러모으고 그들의 능력을 적극 활용해 천하를 얻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세세하게 담겨 있다. 당태종은 최고 통치권자인 제왕의 잘못된 행동은 백성은 물론 나라 전체에 엄청난 재앙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직시하고, 독선과 아집을 버리고, 주변의 충고를 겸허히 수용하는 정신을 잃지 않았던 이유다.
《정관정요, 부족함을 안다는 것》은, 원본 《정관정요》의 내용 가운데 당태종의 통치술·용인술에 관련된 대목을 ‘나라를 세울 때의 리더십’과 ‘나라를 다스릴 때의 리더십’으로 구분해 살펴본다. 이 책은 스스로를 낮출 줄 아는 당태종의 겸허한 리더십을 현대의 정치·경제경영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당태종이 리더로서 아랫사람의 직언을 받아들이는 자세, 적이라 해도 훌륭한 인재라면 적극 수용하는 모습, 교만과 자만을 경계하는 마음가짐 등은 중국을 태평성대로 이끈 밑바탕이 되었음을 이야기한다. 당태종의 리더십은 수천 년이 지난 현재 국가의 지도자와 기업 경영자들에게도 통용되는 불변의 진리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자만을 경계하고, 겸양하는 자세로 간언을 받아들이며, 스스로 성찰하는 당태종의 리더십을 통해 갈수록 어려워지기만 하는 21세기 정치·경제상황을 헤쳐 나가는 리더의 바른 역할을 제공한다.
▶ 출판사 서평
동양 최고의 명군이 말하는 리더의 조건
이 책은 《정관정요》에 담긴 당태종의 리더십을 ‘나라를 세울 때의 리더십’과 ‘나라를 다스릴 때의 리더십’ 두 가지로 범주화해 살펴본다. 원본 《정관정요》에 담긴 당태종 이세민의 통치술과 인재활용법의 핵심을 ‘생사를 건 승부수로 나라를 얻는 법’ ‘눈과 귀를 열어 천하의 인재를 그러모으는 법’ ‘독선을 버리고 신하들과 함께 나라를 다스리는 법’ ‘겸허한 자세로 태평천하의 기틀을 만드는 법’ 등 주제별로 구별한 뒤 현대에 맞는 번역으로 풀어 썼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새로운 국면 전환이 필요할 때와 자신의 세를 확장할 때 리더가 취해야 할 자세와 버려야 할 태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부족함을 드러내고 자신을 낮춰 태평성세를 이끈 제왕
저자 신동준은 《정관정요》에 나오는 ‘명군 당태종’이 결코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당태종도 때로는 필부처럼 감정에 휩싸이곤 했으며 실수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당나라 최고의 태평성세를 이루어냈다. 당태종의 위대함은, 스스로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한 데 있었다. 그는 부족함을 과감히 받아들이고, 겸손한 자세를 유지했으며, 위징·방현령 등 자신의 부족함을 비춰줄 거울 같은 스승과 신하를 곁에 두고 천하를 다스렸다. 역대 왕조 가운데 자신의 부족함을 직시한 황제는 그가 유일했다. 《정관정요, 부족함을 안다는 것》은 그의 이러한 남다른 덕목을 《정관정요》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훈계와 명령이 아닌 경청과 수용의 리더십
당태종은 자신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은 신하들의 간언밖에 없음을 통찰하고 있었다. 윗사람에게 아랫사람이 직언을 하는 것은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하다. 군주 스스로 열린 마음으로 언로를 크게 열어주어야 하는 이유다. 당태종은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고는 이후 상주하는 관원을 접견할 때마다 안색을 부드럽게 했다. 신하들의 직언과 간쟁을 통해 정치교화의 득실을 알고자 했던 것이다. 그들이 바른 도리로 간할 때는 반드시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였다. 법도에 맞게 직언해 군주의 부족함을 메우는 신하들에게는 늘 포상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당태종은 적이라 해도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인재라면 적극 받아들였다. 그는 원래 태자로 있던 친형 이건성을 죽이고 보위에 오른 인물이다. 이건성의 참모로 있던 위징은 이건성에게 이세민이 위험인물이니 속히 제거해야 한다고 간했던 바가 있다. 그럼에도 당태종은 위징을 자신의 측근으로 끌어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직언을 서슴지 않는 위징의 충성스러운 행보를 높이 샀던 것이다. 큰 바다는 물을 가리지 않는다. 당태종은 특유의 포용력으로 다양한 인재를 보듬었다. 그의 휘하에는 한때 적이었던 유무주·설거·두건덕·왕세충 등의 부하로 있던 인물이 매우 많았다.
훈계와 명령이 아닌 경청과 수용으로 한 나라를 태평성세로 이룬 당태종의 행보는 오늘날에도 통용되는 인재활용방안이라 할 수 있다. 독자들은 《정관정요, 부족함을 안다는 것》을 통해 당태종의 자신을 낮추고, 자강불식을 꾸준히 실천하며, 인재의 충언을 얻는 노하우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소개 _ 신동준
고전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과 사람이 사는 길을 찾는 고전연구가이자 평론가다.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안목을 바탕으로 이를 현대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고 재학 시절 한학의 대가인 청명 임창순 선생 밑에서 사서삼경과 《춘추좌전》, 《조선왕조실록》 등을 배웠으며, 서울대 정치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등에서 10여 년간 정치부기자로 활약했다. 1994년 다시 모교 박사과정에 들어가 동양정치사상을 전공했고, 일본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 객원연구원을 거쳐 〈춘추전국시대 정치사상 비교연구〉로 모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21세기정경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격동하는 21세기 동북아시대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해 동양고전의 지혜를 담은 글로 한국의 비전을 꾸준히 제시하는 한편 서울대·고려대·한국외국어대 등에서 동양 3국의 역사문화와 정치사상 등을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채근담, 돈이 아닌 사람을 번다》, 《삶의 한가운데서 초한지를 읽다》, 《무경십서》(전 4권), 《사마천의 부자경제학》, 《인물로 읽는 중국 현대사》, 《삼국지 군웅과 치도를 논하다》, 《열국지 교양강의》, 《조조 사람혁명》, 《춘추전국의 영웅들》(전 3권), 《후흑학》, 《조선국왕 vs 중국황제》, 《CEO의 삼국지》, 《조선의 왕과 신하, 부국강병을 논하다》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실록 열국지》(전 2권), 《춘추좌전》(전 3권), 《자치통감 삼국지》(전 2권) 등이 있다.
....
짐은 사서를 읽으면서 옛 제왕 가운데 교만하고 자만심에 가득 차 결국 실패한 사례를 많이 보았다. 내심 교만과 자만에 빠질까 두려워하는 이유다. 신하들의 솔직하고 바른 건의와 간언을 들을 때마다 이를 정치교화에 그대로 반영하면서 그들을 사우로 대우하고자 했다. _ 6쪽, 〈서문 ― 낮추고 비우고 나누는 것〉
구리로 거울을 만들면 가히 의관을 단정하게 할 수 있고, 역사를 거울로 삼으면 흥망성쇠와 왕조교체의 원인을 알 수 있고,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자신의 득실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당태종은 일찍이 이 세 가지 거울을 구비한 덕분에 허물을 범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_ 11쪽, 〈들어가는 글 ― 천하를 다스리는 도〉
천하를 거머쥐고자 하면 반드시 큰 뜻을 품어야 한다. 뜻이 작으면 그릇이 작고, 그릇이 작으면 담을 게 없다. 그릇이 커야 사람이 모인다. 그릇을 키우려면 제왕 스스로 겸허해야 한다. 그것이 사우정신이다. 천하는 넓기에 아무리 능력이 뛰어날지라도 혼자의 힘으로 천하를 거머쥘 수는 없는 일이다. 뛰어난 참모와 장수들의 보필이 있어야 대업을 이룰 수 있다. _ 28쪽, 〈제1장 ― 생사를 건 승부수로 나라를 얻다〉
옛 사람이 말하기를, “군주는 반드시 인재를 선택해 관직을 맡겨야 하는 까닭에 경솔히 사람을 쓸 수 없다”고 했소. 짐이 지금 한 가지 일을 할 때마다 천하 사람들이 보도록 하고, 말 한마디를 할 때마다 천하 사람들이 듣도록 하는 이유요. 정직한 인재를 기용하면 좋은 일을 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을 권장하는 셈이 되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을 잘못 기용하면 사악한 자들이 다투어 나오게 되어 있소. 포상이 그 공로에 합당하면 공이 없는 자는 자연스레 물러날 것이고, 처벌이 그 죄에 합당하면 사악한 자들 모두 크게 경계하며 두려워할 것이오. 짐은 앞으로 포상과 처벌을 경솔히 시행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사람을 임용할 때 더욱 신중을 기할 생각이오. _ 68쪽, 〈제2장 ― 눈과 귀를 열어 천하의 인재를 그러모으다〉
최고 통치권자가 자부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정도가 지나쳐 자만심으로 나아가는 것은 위험하다. 당태종에게는 정관지치의 여러 뛰어난 면모를 보였음에도 이런 어두운 면이 있었다. 스스로 절제하지 못한 탓이다. 그도 모든 일에 완벽할 수는 없었다. _ 85쪽, 〈제2장 ― 눈과 귀를 열어 천하의 인재를 그러모으다〉
천하는 넓고 사람이 많아 온갖 일이 끊임없이 일어나오. 반드시 임기응변으로 일을 처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소. 어찌 하루에 처리하는 나라의 수만 가지 대사를 한 사람의 생각만으로 처리할 수 있겠소? _ 123쪽, 〈제3장 ― 독선을 버리고 신하들과 함께 나라를 다스리다〉
나라를 다스리는 법과 병을 다스리는 법은 아무 차이도 없소. 병자의 상태가 좋아졌다고 생각되면 오히려 더욱 잘 보호해야 하오. 그리하지 않아 병이 재발하면 틀림없이 죽음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오. 나라를 다스리는 것 또한 그렇소. 천하가 안정되면 반드시 더욱 다투어 신중해야 하오. 평화롭다고 해서 교만하고 안일한 모습을 보이면 틀림없이 패망하게 될 것이오. _ 126쪽, 〈제3장 ― 독선을 버리고 신하들과 함께 나라를 다스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