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남대문의 개

능선 정동윤 2014. 3. 12. 09:51

 

남대문의 개/정동윤

 

남대문시장 회현역 근처

빤질빤질한 누렁이 한 마리

비좁은 골목 뒤지며 어슬렁거린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양이건 쥐새끼건

하이에나처럼 먹어치웠고

이 골목 저 골목 좋은 자리마다

뒷다리 들고 찔끔거렸다.

 

숨어서 야욕 드러내는 암놈과 함께

내 영역 안에서는

누구도 내 밥통 건드리지 못한다.

코를 찡그리고 송곳니 드러내며

밥알 한 톨 흘리지 않았다.

 

시장의 불빛이 모두 꺼진 뒤에야

자신의 밥통 바닥까지

핥고 또 핥으며

부런 배 더 채운 다음

겨우 잠이 들었다.

 

먼 후일

뜻밖의 전조등 불빛에 빨려들어

바늘구멍 지나야 하는 상황

우연히 볼 수 있다면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것 같다.

 

욕심 많은 똥개 한 마리

그냥 죽었을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