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쥐똥나무를 보신 적이 있나요

능선 정동윤 2014. 5. 29. 07:57

쥐똥나무를 보신 적이 있나요/정동윤

 

 

오월의 신부님
혹시 쥐똥나무꽃 보신 적이 있나요?
별사탕처럼 앙증스러운 하얀 꽃, 말이에요

 

종일 비가 내려
하루살이 일생이 온통 젖어보이는 봄날
진한 쥐똥나무 꽃향기 맡아보시면
울적한 기분 위로받을 수 있을 거예요

 

오월의 신랑님
남산공원에서 사백 년이 넘도록
밤마다 별을 따려는
느티나무의 짝사랑을 아시나요?

 

가을 숲을 환하게 물들이는
쥐똥나무 붉은 단풍 보여주시면
늙은 느티나무 애타는 사랑도
위안 받을 거예요

 

오월의 신랑 신부님,
통장은 비고 주머니가 가벼워
괜스레 위축되고 우울해 지면
숲이 있는 공원으로 산책해 보세요

 

겨울 지나 오월까지
검은 보석 빛나게 달고 있는
쥐똥나무 까만 열매 발견하시면
부잣집 보석함이 부럽지 않을 거예요

 

지혜 님 성진 님,
아주 보잘 것 없는 이름과
잎, 꽃, 열매, 그리고 키마저 크지 않아도
공원 한편에 울타리로 둘러서서
오월숲 향기 가득 빚어
벌과 나비 미소로 맞이하고
우리의 마음까지도 다독여주는
쥐똥나무꽃 꼭 한번 찾아보세요.

 

 


 

*2014.5.31에 결혼하는 태석이의 딸을 위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