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형님 보낸 후

능선 정동윤 2014. 12. 28. 13:36

형님 보낸 후/정동윤

 

내가 북한산에서

저혈당 증세로 시달린 다음 날

형은

너무 쉽게 삶의 끈을 놓아버렸다.

 

사흘 간

이승의 마지막 의식은

구름 위에서 치루어졌고

딱딱해진 슬픔엔

눈물조차 고이지 않았다.

 

함께 누렸던

기쁜 날의 추억보다

의견이 엇갈린

아픈 날의 사진들만

주마등 앨범처럼 떠올랐다.

 

화장터에서

마지막 육신이

화마 속으로 들어가

한 바가지 회색 가루로

나왔을 때

컥컥 삼킨 오열

 

국가유공자 묘역에

안치 시킨 후부터

나는 굴 속에 머물며

한참동안

세상의 불빛을 피하였다.